덴마크 노보노디스크의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 경구용 ‘위고비’(Wegovy, 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semaglutide)가 미국에서 최초로 이 계열의 ‘먹는 비만약’으로 승인받았다.
노보노디스크는 1일 1회 경구 복용하는 위고비 정제(Wegovy pill) 25mg을 체중 감량 및 장기적인 체중 유지, 주요 심혈관계사건 위험 감소 적응증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받았다고 22일(미국 현지시각) 발표했다.
위고비 경구제의 주성분인 경구용 세마글루티드는 제2형 당뇨병에 대해서 ‘리벨서스’(Rybelsus)라는 제품명으로 판매되고 있다. 리벨서스는 1일 1회 복용하며 현재 허가된 용량은 3mg, 7mg, 14mg 등 3가지다. 반면 동일 성분 ‘먹는 위고비’는 이번에 25mg 용량이 허가됐다. 노보노디스크는 먹는 위고비의 체중감소 효과가 주 1회 투여하는 위고비 피하주사제 2.4mg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위고비 주사제의 허가 용량은 0.25mg, 0.5mg, 1.0mg, 1.7mg, 2.4mg으로 주 1회 피하주사한다. 가장 낮은 용량인 0.25mg를 16주간 투여한 다음 점진적으로 최대 2.4mg까지 증량하는 방식으로 치료가 진행된다. 경구제는 주사제에 비해 소화 및 흡수되는 과정에서 낭비되는 양이 많기 때문에 더 많은 양을 투여해야 주사제와 대등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먹는 위고비(비만약)은 먹는 리벨서스(당뇨약)에 비해 1.79~8.33배 많은 양을 투여해야 한다. 또 위고비 피하주주사제(2.4mg 주 1회 투여 기준)보다 일별로 따지면 무려 70배나 많은 양을 먹어야 동등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경구약은 주사제에 비해 투여에 대한 거부감, 주사부위 국소반응 등을 피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이번 승인은 3상 ‘OASIS 4’ 임상시험과 ‘SELECT’ 임상시험을 근거로 이뤄졌다. 위고비 경구제는 OASIS 4 임상시험에서 ‘당뇨병이 없는’ 비만 환자 또는 한 가지 이상의 동반질환을 가진 과체중 성인 참가자 307명을 대상으로 평가됐다.
임상 결과 모든 환자가 치료를 지속했다고 가정했을 때 위고비 정제 25mg을 1일 1회 복용한 참가자들은 64주차에 평균 약 16.6%의 체중 감량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위약군은 체중이 2.7% 감소했다. 임상시험 참가자 3명 중 1명(34.3%)은 20% 이상의 체중 감량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위약군은 2.9%에 그쳤다.
참고로 세마글루타이드 피하주사제의 64주차 체중감량 효과는 15~16.6% 정도이며, 체중이 20%이상 감소된 환자의 비율은 34%이다.
OASIS 4 임상시험에서는 위고비 경구제를 통해 세마글루티드의 잘 알려진 안전성 및 내약성 프로파일이 재확인됐으며 이는 이전 세마글루티드 임상시험들과 일관됐다.
경구용 '위고비' 가격 안내. 노보노디스크 위고비 홈페이지 캡처
노보노디스크는 미국에서 위고비 경구제를 내년 1월 초에 출시할 계획이다. 미국 내에서 위고비의 초기 피하주사제 유지요법을 건강보험을 사용하지 않고 미국 정부(트럼프 Rx.com)을 통해 구매할 경우 월 149달러에 이용할 수 있게 될 예정이다. 즉 2026년 4월 15일까지 위고비 정제를 1.5mg 또는 4mg씩 매일 복용할 경우 초기요법으로 월 199달러(용량과 상관 없이 동일 가격, 4월 15일 이후에 할인가가 계속 적용될지는 파악 안 됨, 24mg 정제를 분할 조제할 것으로 짐작)에 이용할 수 있다. 이후 유지요법인 하루 9mg 또는 25mg 경구제 복용은 월 299달러(할인과 무관하게 계속 적용)에 제공될 전망이다. 미국 공급 물량은 미국 현지에서 생산되며 이미 충분히 확보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하반기에 노보노디스크는 유럽의약품청(EMA)을 포함한 다른 전 세계 규제당국에도 경구용 세마글루티드의 시판 허가 신청서를 제출하고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노보노디스크의 마지아르 마이크 두스트다르(Maziar Mike Doustdar) 최고경영자는 “이제 먹는 약의 시대가 왔다”며 “위고비 경구제의 승인으로 환자들은 기존 위고비 주사제만큼 체중 감량을 도울 수 있으면서 편리한 1일 1회 경구 치료 옵션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과체중 또는 비만 환자를 위한 최초의 경구용 GLP-1 치료제인 위고비 경구제는 체중 관리 여정을 시작하거나 지속하는데 도움을 주는 편리하고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한다”면서 “현재 다른 경구용 GLP-1 치료제는 위고비 경구제가 제공하는 체중 감량 효과에 미치지 못하며 이것이 미국 환자들에게 큰 의미를 가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승인으로 노보노디스크는 경쟁사인 릴리보다 먼저 경구용 비만 치료제 시장에 진입하게 됐다. 위고비는 릴리의 GIP/GLP-1 수용체 이중 작용제 티어제파타이드(Tirzepatide) 성분 ‘마운자로’(당뇨약) 및 동일 성분 ‘젭바운드’(비만약)에 1위 자리를 빼앗긴 상황이지만 경구 제형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 릴리도 미국 FDA에 경구용 GLP-1 치료제 오르포글리프론(orforglipron)의 승인을 이달 18일 신청한 상태이며 내년 초에 승인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르포글리프론 12mg 또는 36mg(실험군), 세마글루타이드 7mg 또는 14mg(대조군)을 1일 1회 경구 복용하면서 당화혈색소 및 체중 개선 효과를 평가한 ‘ACHIEVE-3’ 3상 임상에서 오르포글리프론이 당화혈색소 및 체중 감량 효과에서 압도했다.
52주차에 오르포글리프론 12mg, 36mg 복용군은 1차 평가지표인 당화혈색소 수치가 평균 1.9% 및 2.2% 감소해 세마글루타이드 7mg, 14mg 복용군의 1.1% 및 1.4% 감소를 웃돌았다.
2차 평가지표인 당화혈색소 5.7% 미만 도달률은 오르포글리프론 복용군이 각각 25.4%, 37.1%로 세마글루타이드의 7.8%, 12.5%를 3배 가까이 상회했다.
따라서 오르포글리포른이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먹는 위고비도 힘을 쓰지 못할 공산이 크다. 더욱이 FDA는 지난 11월초 오르포글리프론을 ‘국가 우선순위 바우처’(CNPV) 프로그램 적용대상으로 선정한 바 있어 기존 10~12개월이 걸리던 심사기간이 1~2개월내로 단축될 전망이다. 오르포글리프론은 이르면 내년 1분기에 시장에 나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