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암제 개발 전문기업 뉴베이션바이오(Nuvation Bio, NYSE: NUVB)는 경구용 ROS1 유전자 양성 티로신 인산화효소 저해제(TKI) 계열 비소세포 폐암(NSCLC) 치료제 ‘이브트로지’(Ibtrozi 성분명 탈레트렉티닙, taletrectinib)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고 11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이브트로지는 성인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ROS1 유전자 양성(ROS1+) 비소세포폐암의 2차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FDA는 지금까지 ROS1 유전자 양성 비소세포폐암과 관련해서 이루어진 최대 규모의 글로벌 임상시험 2건을 바탕으로 이 약을 허가했다. ‘TRUST-Ⅰ’ 및 ‘TRUST-Ⅱ’ 임상시험에 총 300명 이상의 환자들이 피험자로 충원됐다.
중국에서 시행된 TRUST-Ⅰ 임상 결과 이브트로지는 TKI를 사용한 전력이 없는 환자에서 90%의 확정 총반응률(confirmed overall response rate, cORR)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계적으로 시행된 TRUST-Ⅱ 임상에서도 TKI를 사용한 전력이 없는 환자에서 85%의 확정 총반응률을 나타냈다.
반면 TKI를 투여한 경험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TRUST-Ⅰ 임상에서 이브트로지 투여 시 52%의 cORR을 보였으며, 33개월에 걸친 추적조사 기간 13.2개월의 반응지속기간 중앙값을 도출했다.
또 TKI를 투여한 경험이 있는 환자를 TRUST-Ⅱ 임상에서 이브트로지 투여군은 62%의 cORR을 보였으며, 2024년 10월 현재 중앙값 19개월에 걸친 추적조사에서 19.4개월의 반응지속기간 중앙값을 나타냈다.
이브트로지는 두 임상시험 통합 분석 결과 TKI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에서 반응지속기간 중앙값이 44.2개월,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이 45.6개월로 산출됐다.
반면 TKI로 먼저 치료받은 환자의 경우, 통합 분석 결과 반응지속기간 중앙값은 16.6개월,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은 9.7개월이었다.
이러한 데이터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동일 계열 항암제인 ‘옥타이로캡슐’(Augtyro 성분명 레포트렉티닙 repotrectinib)와 비교해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옥타이로는 TKI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의 경우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은 35.7개월이고, 2차 치료의 경우에는 9개월이었다.
참고로 의학 학술지 ‘임상종양학’(Journal of Clinical Oncology) 올 4월호에 게재된 ‘TRUST-Ⅰ’과 ‘TRUST-Ⅱ’ 임상시험의 분석시점보다 5개월 가까이 경과한 시점이 시판승인을 위한 자료의 컷오프 일자로 정해졌다.
TRUST-Ⅰ 임상에서 40개월에 걸친 치료반응 추적 결과, 가장 오랜 반응지속기간은 46.9개월로 나타났으며 현재도 진행형이다.
TRUST-Ⅱ 임상에서 19개월에 걸친 치료반응 추적 결과, 가장 오랜 반응지속기간이 30.4개월에 달했으며 2024년 10월 현재도 진행형이다.
TRUST 임상시험들은 단일군을 대상으로 진행된 것이어서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은 라벨에 표기되지 않았다.
뇌 전이는 진행성 ROS1 유전자 양성 비소세포폐암에서 가장 빈도 높게 나타나는 파괴적 합병증이다. 중추신경계에 침투하도록 설계된 이브트로지는 착수시점 이후 뇌 전이가 측정 가능했던 환자에서 일관된 두개내 반응(뇌전이 억제)를 보인 것으로 입증됐다.
두개내 반응은 티로신 인산화효소 저해제 사용전력이 없는 환자에서 73%(15명 중 11명), 사용전력이 있는 환자들에게서 63%(24명 중 15명)로 집계됐다.
이브트로지는 높은 반응률과 지속적인 유익성, 두개내 활성, 대체로 양호한 내약성 등이 입증됨에 따라 진행성 ROS1 유전자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대안이 될 것이라고 이 회사는 강조했다.
뉴베이션바이오의 설립자인 데이비드 헝(David Hung) 대표는 “이번 승인은 진행성 RSO1 유전자 양성 비소세포폐암을 겨냥한 표적치료제들의 발전 측면에서 볼 때 괄목할 만한 성과”라며 “기존 동일 계열 의 하나라 할 수 있다”면서 “ROS1 유전자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가장 커다란 위협요인은 1차 약제를 사용 후에 종양이 진행된 경우”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관점에서 이브트로지는 높은 반응률과 함께 지속성을 나타내 환자들을 위한 진정으로 유의미한 유익성을 나타냈다”며 “검증된 유효성과 안전성 프로필을 나타낸 이브트로지가 새로운 표적치료제 표준요법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OS1 유전자 양성 비소세포폐암은 드물게 나타나지만 공격적인 유형의 폐암이다. 미국에서 매년 3000명 정도가 새로 진단되고 있으며, 전체 비소세포폐암의 2%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폐암을 진단받는 환자의 평균연령은 50세 정도이며, 비 흡연자에서 나타날 위험성이 좀 더 높다.
이브트로지는 일반적으로 양호한 내약성을 보였다. 대부분의 부작용은 저도(低度)로 일시적이며, 관리 가능한 수준이었다. 부작용 관련 약물투여 중단 비율은 7%로 낮게 나타났다. 피험자의 20% 이상에서 고빈도로 나타난 부작용은 설사, 구역, 구토, 어지럼증, 발진, 변비, 피로 등이었다. 이같은 부작용으로 인해 용량을 변경한 비율은 5% 미만이었다. 특히 가장 흔한 어지럼증 부작용의 90% 정도는 1급(경도)으로 일시적인 경향을 보였다.
이브트로지는 600mg 1일 1회 경구 복용하도록 허가됐으며, 반감기는 약 66시간이다. 뉴베이션바이오는 미국에서 앞으로 몇 주 내에 이브트로지를 월 2만9488달러의 가격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헝 CEO는 이부트로지가 비록 2차 치료제로 허가받았지만 의사들이 1차 치료제로 바로 이 약을 사용해야 한다고 현지 인터뷰를 통해 주장했다.
그는 “암이 진행될 때까지 기다리면 모든 약물의 효과가 떨어진다”며 “이는 암이 진행되거나 뇌전이가 있는 환자를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약의 효능과 내약성 문제 외에도 ROS1 억제제 시장의 성장을 저해하는 도전적 과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헝 CEO에 따르면 비소세포폐암(NSCLC) 진단 후, 환자들은 일반적으로 종양 검체의 유전자 변이 여부를 평가하는 동안 PD-1 억제제와 항암 화학요법을 병용 투여한다. 2~3주 후 ROS 양성 반응이 나오면 대다수의 경우 ROS 억제제로 전환하는 대신 PD-1/항암화학요법을 유지하기로 선택한다. 이런 관행은 이전의 미국 국립종합암네트워크(NCCN)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그는 비난헀다.
이 지침은 비난했다. 이 지침은 이미 면역관문억제제 요법을 시작한 환자의 경우 PD-1/화학요법 유지요법과 TKI로의 전환을 모두 실행 가능한 옵션으로 권장한 바 있다.
하지만 NCCN는 올 1월에 이 지침을 업데이트하고 ROS1 양성 비소세포폐암에 면역관문억제제를 금기로 규정했다. 이런 변화가 이브트로지 출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헝은 반겼다.
지난해 11월 투자기관 Jefferies의 분석가들은 이브트로지가 연간 최고 매출 10억달러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해당 환자가 약 4년 동안 진행이 없고 약물이 장기 사용해도 효과가 유치되는 만큼 매출도 늘어날 것이란 분석에 따른 것이다.
현재 ROS1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는 ROS1 양성 비소세포폐암 및 NTRK 유전자 융합 고형암 치료제인 BMS의 옥타이로와 로슈의 NTRK 및 ROS1 표적항암제인 ‘로즐리트렉캡슐’(Rozlytrek 성분명 엔트렉티닙, entrectinib)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반면 화이자의 1세대 ALK 및 ROS1 표적치료제인 ‘잴코리캡슐’(Xalkori, 성분명 크리조티닙, Crizotinib)은 점차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NTRK 유전자 융합 양성 고형 종양에서의 추가 사용에도 불구하고 로즐리트렉과 옥타이로의 합산 매출은 지난해 약 2억달러에 불과했다.
한편 데이비드 헝 박사는 메디베이션을 2016년 8월, 화이자에 140억달러에 매각했다. 당시 메디베이션은 전립선암 치료제인 ‘엑스탄디’(Xtandi, 성분명 엔잘루타마이드 Enzalutamide)의 성공적이고 빠른 개발에 성공했고 두 번째 신약인 진행성·전이성 유방암 치료제인 ‘탈제나’(Talzenna 성분명 탈라조파립, talazoparib)는 빈틈 없는 족집게 인수를 통해 획득한 품목으로 역시 성공을 거뒀다.
헝이 2003년 설립한 뉴베이션은 지난해 4월, 중국의 안하트테라퓨틱스(AnHeart Therapeutics, 葆元医药)를 주식 전량 매수 방식으로 인수해 중국, 일본, 한국 외 지역의 글로벌 탈레트렉티닙 권리를 확보했다. 당시 주식 거래에 따라 안하트는 뉴베이션 주식의 33%, 뉴베이션은 67%를 확보하며 주식 비율이 희석됐다. 안하트테라퓨틱스는 일본 다이이찌산쿄로부터 탈레트렉티닙을 획득했다. 작년 말에는 이노벤트바이오로직스가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으로부터 탈레트렉티닙의 판매를 승인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