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콩팥병은 전 세계 성인 인구의 약 10~12%가 앓고 있다고 보고된다. 한국에서는 당뇨병·고혈압·비만 환자 및 고령 인구 증가로 500만명 정도의 성인들이 만성콩팥병으로 추산되며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KNHANES) 결과 2023년 기준 만성콩팥병 유병률은 연령이 증가할수록 증가해 70대 이상은 25.1%로 나타났다. 당뇨병 환자들의 30%이상은 만성콩팥병을 동반하고 있다.
박형천 대한신장학회 이사장은 지난 20일 대한신장학회 연례학술대회( KSN 2025) 기자간담회에서 “이제 만성 콩팥병은 결핵관리처럼 국가가 앞장서서 관리가 필요한 시점에 왔다”며 “이미 미국이나 일본, 대만 등에서 국가 주도의 종합예방 및 관리대책을 세워 장기적인 플랜으로 실행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법안 통과 이후 2006년부터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가 CKD Surveillance System을 가동 중이다. 일본에서도 국가-지자체-일본신장학회가 모여 만성콩팥병 대책협의회(CKD Initiative Japan)가 설립돼 10년씩의 장기 플랜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21~2030년 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HP2030)이 정부 주도로 시행되고 있다.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질환, 치매, 자살예방, 구강건강 등 많은 질환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여 진행 중인데, 안타깝게도 만성콩팥병은 포함되지 않고 있다.
만성콩팥병 환자는 심혈관계질환(심근경색, 뇌졸중) 위험이 일반인보다 3~5배 높다. 콩팥점수가 30점 이하로 떨어지면 빈혈, 골대사이상, 전해질 불균형(고칼륨혈증), 요독증 등 합병증이 생겨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또 말기 콩팥병에 이르면 투석(혈액투석·복막투석)이나 신장이식이 필요해지고, 이때 사망률과 이환율이 급증한다.
신장학회가 마련한 콩팥점수(Kidney Score)는 혈청 크레아티닌 수치, 나이, 성별을 바탕으로 환자의 사구체여과율(eGFR)을 산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신장 기능 저하 여부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학회는 60점 미만은 신장 전문의와 상담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만성콩팥병의 초기 단계 치료비용은 비교적 적지만, 말기콩팥병으로 진행되면 연간 치료비용이 수천만 원대로 급증한다. 투석 환자 1인당 연간 의료비용은 약 4000만~5000만원 정도(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로, 국가 의료보장 체계에 큰 부담이 된다.
특히 생산연령층 만성콩팥병 환자가 노동력 손실과 조기 은퇴를 겪으면 개인·가족의 경제적 어려움이 커지고, 사회적 비용으로 매년 수조 원에 달하는 등 재앙적 수준의 손실이 발생한다.
학회는 국민 콩팥 건강 개선을 위한 10개년 비전인 KHP 2033(Kidney Health Plan)을 2023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예상 만성콩팥병 환자 수 10% 감소 △당뇨병 동반 말기콩팥병 환자 비율 10% 감소 △말기콩팥병 환자의 재택치료(복막투석 및 장기이식) 비율 33%를 목표로 정해 추진 중이다. 올해도 자가 콩팥질환 진단키트 20만개 배포 및 콩팥점수 알기 캠페인, 대국민 홍보를 위한 유튜브채널(내신장이 콩팥콩팥) 운영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대한신장학회는 새정부에게 바라는 정책제안서 및 KHP 2030위원회와 대한재택의료학회와 공동으로 정책제안서를 제출한 바 있다. 국민들의 콩팥 건강을 위한 범정부적인 대책마련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