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리어드사이언스는 주사용 HIV-1 캡시드 억제제 ‘예즈투고’(Yeztugo, 성분명 레나카파비르, Lenacapavir)를 체중 35kg 이상의 청소년 및 성인에서 성매개 HIV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한 노출 전 예방요법(PrEP)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고 18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예즈투고는 노출 전 예방요법이 필요하거나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최초이자 유일한 연 2회 투여 옵션이다.
이번 승인은 FDA 우선심사, 혁신치료제 지정을 바탕으로 이뤄졌으며 길리어드가 수행한 3상 ‘PURPOSE 1’ 및 ‘PURPOSE 2’ 임상연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PURPOSE 1 임상의 1차 분석 데이터에 따르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서 시스젠더(트랜스젠더의 반대 개념) 여성 2134명을 대상으로 예즈투고를 연 2회 피하주사한 결과 HIV 감염 사례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아 예즈투고가 HIV 감염을 100% 예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예즈투고는 1일 1회 경구용 PrEP ‘트루바다정’(엠트리시타빈/테노포비르디소프록실푸마르산염, emtricitabine / tenofovir disoproxil fumarate)과 비교했을 때 HIV 감염 예방 효과가 우월한 것으로 입증됐다.
PURPOSE 2 임상시험에서는 예즈투고를 연 2회 피하 투여한 참가자 2179명 가운데 2건의 HIV 감염 사례가 보고됐는데 이는 예즈투고 투여군의 99.9%가 HIV에 감염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이 임상에는 다양한 지역의 광범위한 시스젠더 남성 및 성적 다양성이 있는 사람(트랜스젠더)를 대상으로 1일 1회 경구용 트루바다와 비교했을 때 우월한 HIV 감염 예방 효과를 확인했다.
두 임상시험에서 예즈투고는 ‘배경 HIV 발생률’(background HIV incidence) 과 비교했을 때 HIV 예방 효과가 우수했고 전반적으로 양호한 내약성을 보였으며 중대하거나 새로운 안전성 문제는 확인되지 않았다.
예즈투고의 안전성 정보에는 진단되지 않은 HIV-1 감염 환자에게 예즈투고를 사용했을 때 약제 내성 HIV-1 변종이 관찰된 사례가 있음을 알리는 박스 경고문이 포함된다.
PURPOSE 1 및 PURPOSE 2의 데이터는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게재됐다. 작년 12월에 ‘사이언스’지는 이러한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레나카파비르를 ‘올해의 혁신’(Breakthrough of the Year)으로 선정했다.
미국 에모리대 의과대학 카를로스 델 리오(Carlos del Rio) 감염내과 석좌교수는 “예즈투고는 우리가 기다려온 획기적인 PrEP 옵션이 될 수 있다”며 “ PrEP의 이용률과 지속성을 높이고 HIV 유행을 종식시키기 위한 노력에 강력한 새로운 도구를 더해줄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 2회 투여하는 주사제는 매일 복용하는 경구용 PrEP 치료제가 야기하는 낮은 복약 순응도, 사회적 낙인 효과 같은 주요 장벽을 크게 해소할 수 있다”며 “연구에 따르면 PrEP가 필요하거나 원하는 많은 사람들은 덜 자주 투여하는 요법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 길리어드는 미국에서 예즈투고에 대한 광범위한 보험 적용을 보장하기 위해 보험사, 의료기관, 급여기관과 협력할 계획이다.
현재 길리어드는 유럽, 호주, 브라질,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연 2회 투여하는 레나카파비르의 승인을 신청해놨다. 이번 FDA 승인을 바탕으로 아르헨티나, 멕시코, 페루에서도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다니엘 오데이(Daniel O’Day) 회장은 “오늘은 수십 년에 걸친 HIV와의 싸움에서 역사적인 날”이라며 “예즈투고는 우리 시대에 가장 중요한 과학적 혁신 중 하나로 HIV 유행을 종식시킬 수 있는 매우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즈투고는 1년에 단 2회만 투여하면 되는 약으로 임상 연구에서 놀라운 결과를 보여줬기 때문에 HIV 예방에 큰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며 “ 길리어드의 과학자들은 HIV 종식을 평생의 과제로 삼고 있으며 이제 FDA 승인과 여러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목표를 현실로 만들어 나갈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길리어드사이언스는 최초의 노출 전 HIV 예방약인 ‘트루바다’을 개발해 2012년 7월 FDA 승인을 획득했다. 하지만 미국 질병관리센터(CDC)의 자료에 따르면 가용한 자료가 확보된 가장 최근 시점인 2022년 현재 미국에서 3명당 1명 정도의 비율에 해당하는 36%만이 ‘노출 전 예방약’ 처방 적격성을 충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격성이 인정되는 대상은 △HIV-1 감염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성관계 파트너가 있는 경우 △HIV-1 유병률이 높은 지역 또는 사회적 네트워크 내에서 성생활을 하는 사람으로서 콘돔을 불규칙적으로 사용하거나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경우•성매개 감염병(매독, 임질 등)으로 진단된 경우•성관계 파트너의 HIV-1 상태가 알려지지 않은 경우 가운데 하나 이상에 해당하는 경우다.
이에 따라 CDC의 자료를 보면 미국민 전체가 HIV 감염을 종식시킬 수 있는 수준으로 노출 전 예방약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면 여성들과 아프리카계, 히스패닉계, 미국 남부지역 거주자 등의 경우 HIV 감염의 종식을 기대하기에는 실제 성생활 패턴과 처방 지침 같에 커다란 간극이 존재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