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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약 먹어야 했던 HIV, ‘두 달에 한 번’ 주사로 해결 가능
  • 정종호 기자
  • 등록 2025-06-19 02: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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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GSK ‘보카브리아+레캄비스 주사요법’ 출시, 남의 시선 의식하며 약 챙기던 불안감 사라져
  • 올 4월부터 건강보험 급여 적용 … 약제비는 경구약 두 달치와 비슷

2021년 1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얀센이 공동 개발한 장기지속형 HIV 주사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을 때만 해도 과연 의료 수요가 있을까 싶었지만 드디어 국내서도 지난 4월부터 건강보험급여가 개시됨에 따라 앞으로 이를 찾는 HIV 감염증(에이즈) 환자가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이 약은 GSK의 HIV 치료제 전문기업 자회사인 비브헬스케어(ViiV Healthcare)와 얀센이 각각 개발한 카보테그라비르·릴피비린, cabotegravir·rilpivirine이 복합된 주사제로 미국 상품명은 ‘카베누바’(Cabenuva)로 한 달에 한번, 또는 두 달에 한번 근육주사한다. 미국에서는 두 주사제가 낱개로 한 팩에 포장된(co-pack) 형태로 판매된다. 

   

국내서는 이런 포장 제형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아직 인정하지 않기에 동시에 별도로 처방받아 사용한다. 이에 따라 ‘보카브리아주’(Vocabria, 성분명 카보테그라비르)와 ‘레캄비스주’(Recambis) 성분명 릴피리린)를 동시에 처방받아 주사해야 된다. 

   

보카브리아와 레캄비스 병용요법은 ‘바이러스학적으로 억제되어 있고(HIV-1 RNA 50Copies/mL 미만), 치료 실패 이력이 없으며, 카보테그라비르 또는 릴피비린에 알려진 또는 의심되는 내성이 없는 성인 환자에서 HIV-1 감염 치료’에 허가를 받았다. 

   

미국 기준 2021년 1월에는 1개월에 한 번으로 허가됐지만, 2022년 2월에는 2개월에 한 번 주사가 추가 승인을 받았다. 국내서는 2022년 2월, 2개월에 한 번 주사가 승인받았다. 0-1-2-2-2…개월 단위로 주사한다. 2015년 1월, 거의 3년 만에 급여 적정성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인정받았다. 

   

이에 따라 기존에 경구제로 잘 유지하고 있던 환자 가운데, 매일 경구 투약을 불편해하는 경우에 주사제로 전환할 수 있다. 현재 경구제로 유도한 다음 차츰 주사제로 변경하는 게 ‘관행적 옵션’으로 규정돼 있는데, 최근에는 처음부터 주사제를 선호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최재필 서울의료원, 김연숙 충남대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17일 보카브리아 및 레캄비스 병용요법의 필요성과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GSK가 보카브리아와 레캄비스 주사요법 급여 적용을 기념해 17일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최재필 서울의료원 감염내과 교수는 “HIV 감염인들이 겪고 있는 ‘내재적 낙인’(internal stigma)은 상상을 초월한다”며 “매일 경구약을 복용하는 환자의 73%가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을까 걱정하고, 53%가 과연 오늘 자신이 약을 먹었는지 의심하고 약을 놓쳤을 때 병세가 악화될까 봐 우려하고 있으며, 51%는 약을 먹을 때마다 자신이 감염인임을 자책한다”고 설문조사 통계치를 소개했다. 

   

유엔에이즈계획(UNAIDS)은 HIV 치료제를 6개월 이상 꾸준하게 약을 복용해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는 상태에 이르면, 타인에게 전파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U=U’(Undetectable = Untransmittable)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환자 스스로 자책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유엔에이즈계획은 2030년까지 모든 국가에서 HIV 감염인의 95%가 감염 사실을 인지하고(진단받고), 95%가 치료를 받아, 95%가 바이러스를 억제하도록 하자는 ‘95-95-95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이미 HIV 치료제를 통해 HIV 감염인들의 기대여명이 비감염인과 유사한 수준으로 증가했고, 일상상활에도 제약이 없는 상황에 이른 가운데, 타인에 전파할 위험도 없다는 근거가 확립됐기 때문에 당당하게 살아도 된다는 의미다.

   

실제로 15만880명의 HIV 환자 중 3776쌍의 남녀 커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은 ‘콘돔 없는 섹스’에도 커플 간 HIV 감염 전이가 없었다. 

   

그러나 실제 임상현장에서 HIV 바이러스를 잘 억제하고 있는 환자들도 여전히 삶의 질은 일반인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최근에는 삶의 질을 추가, HIV 치료 목표를 95-95-95-95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최 교수는 설명했다.

   

최 교수는 “특히 우리나라는 HIV에 대한 낙인 효과가 크고, 타인에게 감염인인 것이 알려질까 두려워하는 성향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HIV 치료에서 바이러스 억제는 더 이상의 목표가 아니다”며 “약 투약에 따른 부담감을 줄여 치료의 장애를 막는 것, 치료 간격을 넓혀 삶의 질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부합하는 새로운 치료법이 보카브리아 및 레캄비스 병용 주사요법이다. 유지요법 기준 2개월 간격의 투약으로 매일 복용하는 경구제와 동등한 수준의 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실례로 현재 HIV 치료에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빅테그라비르/엠트리시타빈/테노포비르알라페나미드 3제 복합제(제품명 빅타비)와 비교한 3상 ‘SOLAR’ 임상연구에서 병용 주사요법은 바이러스 억제 효과에서 비열등성을 입증했다.

   

뿐만 아니라 HIV 치료에 따른 심리적인 영향이나 선호도에서는 보카브리아와 레캄비스 주사요법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들은 병용 주사제 선호도가 78%에 달한 반면 경구제는 19%에 그쳤다. 오히려 의사들은 주사 처방 선호도가 55%에 그쳤고, 경구 선호가 45%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김연숙 충남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 초기 투여 시 혹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 모니터링에 경구제가 용이하고, 주사제 투여 시 환자 설득이나 간호사 교육 등에 더 많은 노력이 들기 때문에 의사들의 주사제 처방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구제는 간에서 다양한 대사 경로를 겪기 때문에 오히려 주사제가 부작용이 적을 수 있다”며 “개인의 신체적 차이와 선호 성향을 감안해 선택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연숙 교수는 “보카르비아와 레캄비스는 두 달에 한 번 투약하지만, 체내에서 충분한 농도가 유지되는 것을 입증했다”면서 “장기지속형 주사제라고 해서 치료 실패 가능성을 우려할 필요가 없으며, 경구제와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매일 경구제를 복용하던 환자들은 투약으로 인한 감염 사실 노출, 복약여부를 계속 확인해야 하는 불안감, 약을 투약할 때마다 감염 사실을 상기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면서 “연구 결과 장기지속형 주사제로 이러한 부담을 크게 개선한 것으로 조사돼 주사제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역설했다.

   

특히 “실제 임상현장에서도 주사제를 원하시는 환자들이 많다”면서 “처음에는 50% 정도로 생각했는데, 막상 의향을 물어보면 80% 정도가 주사제를 선호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병용주사제의 2개월 간 약제비는 두 약의 경구약을 매일 두 달간 복용한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돼 있다. 불가피하게 주사 시기를 놓쳤다면 7일까지는 지연해도 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만약 7일 이상 지연할 경우에는 경구약으로 대체하며 다음 주사 때까지 버텨야 한다. 

   

참고로 카보테그라비르(CAB)는 인테그라제(통합효소) 활성 부위에 결합하여 복제 주기에 필수적인 레트로바이러스 데옥시리보핵산(DNA) 인테그레이션 단계의 나선 이동(strand transfer)을 차단함으로써 인테그라제 억제제(INI)이다. 경구약인 돌루테그라비르(DTG)와 구조적으로 유사하다. 

   

카보테그라비르는 경구용 정제와 장기지속형(LA) 주사제가 있다. 경구제의 반감기는 41시간인 반면 주사제는 5.6~11.5주로 길다. 경구제의 경우 음식물 및 타 약제와의 상호작용이 거의 없으며 기저질환과 무관하게 복용할 수 있다. 일반적인 약들은 간내 CYP3A 경로를 주로 이용해 대사되는 반면 카보테그라비르는 UGT1A1이란 색다른 경로로 대사된다. 

   

릴피비린(RPV)은 역전사효소(reverse transcriptase; RT)에 비경쟁적으로 결합하여 작용하는 비뉴클레오시드 역전사효소 억제제(NNRTI)로 복제 과정 중 중요한 단계인 역전사 과정을 차단하여 바이러스 복제를 억제한다.

   

병용요법 주사제는 기전이 다른 약물을 쓰기 때문에 바이러스 억제에 시너지가 나고, 내성 발생 위험이 줄게 된다. 경구제가 간 등 소화기 안에서 변화돼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반면 주사제는 간내 대사를 거의 거치지 않으므로 이럴 우려가 매우 적다. 

   

보카브리아의 주성분인 카보테그라비르는 물에 잘 녹지 않고 천천히 분해되며 높은 녹는점을 가져 장기지속형 주사제 개발에 적합하다. 여기에 ‘나노서스펜션’ 기술이 적용돼 약물이 체내에 천천히 방출되도록 하여 투여 간격을 늘릴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약물입자를 아주 작게 쪼개고 분산시킨 뒤 초미세 가루로 만들어 약효를 높이는 게 나노서스펜션 기술이다. 이 기술을 적용한 주사제는 △물에 잘 녹지 않는 성질(난용성) △반감기 연장(최소 약 40시간) △강력한 항바이러스 효과를 가진다.

   

이 병용 주사요법의 단점은 주사부위 반응(통증과 부종)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2개월 주사요법의 경우 전체 환자의 30%가 주사부위 통증을 경험한다. 중증도는 경증(1등급, 대상자의 70%~75%), 중등증(2등급, 시험대상자의 27%~36%), 중증(3등급, 시험대상자의 3~4%)으로 강도가 나뉜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강도는 약해진다. 특히 6개월까지만 주사부위 통증이 심하고 이후에는 견딜 만하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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