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치매학회가 초기 알츠하이머병 신약 ‘레카네맙’(Lecanemab, 상품명 ‘레켐비주’)의 올바른 사용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일본 에자이 및 미국 바이오젠이 개발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레켐비'
박기형 가천대 길병원, 김건하 이대목동병원, 고성호 한양대 구리병원, 문소영 아주대병원, 박영호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등 대한치매학회 소속 11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는 알츠하이머병 신약 ‘레카네맙’의 안전하고 효과적인 사용을 돕기 위해 국내 실정에 맞는 권고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레카네맙은 에자이와 바이오젠이 개발한 알츠하이머병 치매 치료제다.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에 쌓여 만들어진 플라크를 제거해 신경세포의 손상을 늦추는 역할을 한다. 2023년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했으며, 국내에선 지난해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았다.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경도 인지 장애 또는 경증의 알츠하이머병 성인 환자의 치료가 적응증이다. 2주에 1회 약 1시간에 걸쳐 정맥주입(IV)으로 투여한다.
학회의 권고안은 약물 투약 대상자 선정, 투약 전 필요한 검사와 준비, 투약 방법, 약물과 관련된 이상반응(예: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 주입 관련 이상 반응) 모니터링 및 대처 방안, 환자 및 보호자 상담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레카네맙은 대표적인 임상시험인 ‘Clarity AD’ 연구에서 효과를 인정받았다. 아밀로이드 PET 검사에서 양성으로 확인된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1795명을 대상으로 18개월 간 임상시험 결과 △인지기능 악화 속도 27% 감소(CDR-Sum of Boxes 점수 기준) △아밀로이드 플라크 감소 △일상생활 수행 능력 개선(ADCS-MCI-ADL 척도) 등의 효과가 있었다. 주요 부작용으로는 약물 주입 관련 이상 반응(26.3%),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 12.6%) 등이 있었다.
이에 따라 권고지침은 경도인지장애(MCI) 또는 경도 알츠하이머병 치매 환자, 뇌 아밀로이드 생체표지자(PET 또는 뇌척수액 검사를 통해 반드시 확인) 양성 환자 등을 대상으로 레카네맙 투여가 이뤄져야 한다고 정해졌다. 레카네맙의 3상 임상에서 중등도~중증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 레카네맙의 효능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투여가 권고되지 않는다.
임상치매등급(Clinical Dementia Rating. CDR)점수가 0.5~1의 범위에 있어야 투약이 권고된다. CDR 0점은 건강, 0.5점은 매우 경증, 1점은 경증(mild), 2점은 중등도(moderate), 3점은 중증(severe)을 의미한다.
학회는 미국 알츠하이머병 및 관련질환 치료 워킹그룹(Alzheimer’s Disease and Related Disorders Therapeutics Work Group, ADRD-TWG)과 미국 3상 시험결과를 바탕으로 간이정신상태검사(MMSE) 22~30점 범위의 기억장애 및 인지기능저하 치매 환자에 대해서도 레카네맙 투여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MMSE는 30점 만점 기준이며, 24점 이상은 정상, 20~23점은 초기 경도인지장애 또는 경증 알츠하이머병, 10~19점은 중기 인지장애 또는 경증 알츠하이머병, 0~9점은 말기 인지장애 또는 중증 알츠하이머병으로 간주된다.
MMSE 22~30점 범위를 적용해야 보다 폭넓게 초기 경도인지장애 또는 경증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도 조기에 레카네맙을 처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국 표준인구에서 70세 이상의 문맹자의 평균 MMSE 점수는 22점 미만이기 때문에 MMSE 점수가 22점 미만인 환자의 경우 임상의는 환자의 나이와 교육 수준에 따른 한국 표준인구와의 표준편차를 고려해 레카네맙 투여 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다고 단서를 달았다.
또 환자의 나이가 50~90세를 벗어났을 때, 체질량지수 17 이하이거나 35 이상일 때 임상의가 자체 판단하라고 제시했다.
지침은 알츠하이머병의 생체 표지자인 베타아밀로이드 양성을 확인하기 위해 PET 또는 뇌척수액 검사를 실시하라고 규정했다. 또 투약 전 ARIA(MRI 촬영시 약물 부작용으로 인한 뇌부종이나 미세출혈 등 비정상적 신호가 포착되는 것)를 사전에 감지하기 위해 아포지단백E(APOE) 유전자형 검사, 뇌 MRI 검사를 시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뇌 MRI 검사에서 미세출혈 5개 이상, 최대 직경 10mm 초과 뇌출혈 1개 이상, 표재철침착증 1개 영역 이상, 혈관성 부종 1개 영역 이상, 아밀로이드베타 관련 혈관염 등의 소견이 있을 경우 레카네맙 투약에 주의해야 한다.
APOE 유전자형 검사: 뇌부종, 뇌출혈 등 부작용 발생 위험을 예측하기 위해 시행한다. APOE 유전자에는 ε2, ε3, ε4의 세 가지 주요 변이형이 있다. 그 중 가장 흔한 것은 ε3형이다. ε4 비보유자(ε3/ε3 등 ε4 유전자가 없는 경우) ARIA 발생(뇌출혈, 뇌부종)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 반면 ε4 동형접합(ε4/ε4, APOE ε4 유전자 2개를 모두 보유한 경우) 환자는 ARIA 발생 위험이 가장 높다. ε4 이형접합(ε4/ε3, ε4 유전자 1개를 보유한 경우)는 ARIA 발생 위험이 중간 수준이다. APOE ε2는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을 주는 변이형으로 알려져 있다.
투약 용량은 10mg/kg로 매 2주마다 정맥을 통해 주입하면 된다. 따라서 정맥 주입 시설과 전문 인력, 이상반응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의료기관에서 이뤄져야 한다.
다만, 심각한 약물 과민증이 있는 환자, MRI 촬영이 불가능한 환자(예: 금속 임플란트, 폐소공포증), 출혈성 뇌질환 또는 항응고제 사용 환자의 경우 사용이 제한된다.
박기형 교수는 “이번 가이드라인이 임상현장에서 레카네맙의 올바른 사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레카네맙은 알츠하이머병 치료 패러다임의 전환점을 마련하며, 초기 단계에서 효과적으로 질병의 악화와, 환자의 일상능력 저하를 지연시켜서 삶의 질을 향상시킬 잠재력을 보유한 약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를 토대로 학회를 비롯해 관련 전문의들이 추가적인 연구와 모니터링을 통해 최적의 사용법을 제시하고 지원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권고 지침은 학회가 발간하는 ‘Dementia and Neurocognitive Disorders’에 지난해 10월 29일자로 ‘레카네맙의 적절한 사용을 위한 대한치매학회 권고안’(Lecanemab: Appropriate Use Recommendations by Korean Dementia Association)이란 제목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