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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의 전격적인 ‘에볼루스’ 지원금 … 순수한 판촉 vs 불가피한 배상?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1-03-27 00:53:58
  • 수정 2021-04-03 01: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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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웅은 에볼루스 3대 주주, 소송 상대 메디톡스는 2대 주주 … ‘불편한 동거’
대웅제약이 결국엔 메디톡스의 보툴리눔톡신(보톡스) 균주 도용과 관련한 지난해 12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소송 패소의 대가로 사실상 메디톡스에게 합의금 성격의 돈을 지불하는 모양새다.

대웅제약은 24일 자사 보톡스 제품 ‘나보타주’(미국 판매명 주보  Jeuveau)를 미국 현지에서 판매·유통하는 에볼루스(Evolus)와의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판매 지원금 2550만달러(약 290억원)와 함께 별도로 일정 기간 에볼루스가 판매하는 나보타 판매량에 비례해 추가 판매촉진 지원금을 주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다수의 국내 언론들은 에볼루스가 메디톡스·애브비(옛 엘러간)에 지급하기로 한 합의금과 판매 로열티 일부를 사실상 대웅이 대신 부담하는 것이라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19일 에볼루스는 보툴리눔 톡신 균주 도용을 사실상 인정하고 대웅의 보툴리눔톡신 ‘주보’를 미국에서 파는 조건으로 메디톡스와 애브비에 합의금으로 총 3500만달러(380억원)를 2년간 분할 지급키로 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16일 ITC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늄 균주와 전체 제조공정 기술을 도용했다며 ‘미국 1930년 관세법 337조(Section 337 of the Tariff Act of 1930)를 위반, 21개월간 주보의 수입을 금지하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에볼루스와 함께 미국에서 사업을 펼쳐야 하는 대웅제약 입장에서 막대한 합의금을 내야 하는 에볼루스를 어느 정도 달래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지원금 규모와 타이밍 등을 볼 때 대웅제약이 합의금 일부를 분담해주는 구도로 보인다” 고 분석했다. 

반면 대웅제약은 이번 지원금 지급이 에볼루스를 통한 나보타의 글로벌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것으로 ITC 소송 합의금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합의금 지불로 자금력이 부족해진 에볼루스의 영업·마케팅 비용을 보조해 미국·캐나다·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려는 경영상 판단이라는 것이다. 2조원에 달하는 미국 시장에서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려면 이 정도 금액은 밀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동시에 대웅제약은 기존에 투자한 4000만달러 규모 에볼루스 전환사채(CB)를 보통주로 전환해 에볼루스 3대 주주(지분율 7.2%)가 됐다. 대출 형태의 전환사채를 투자 형식의 주식으로 바꾸면서 에볼루스에게 채권 상환 부담을 덜어준 셈이다. 

이로써 지난달 메디톡스가 에볼루스와 합의하는 조건으로 에볼루스 보통주(신주) 676만2652주를 535억원에 취득해 지분 16.7%(대웅제약 신주발행으로 현재 15.5%로 낮아짐)을 취득하며 2대 주주에 오른 보톡스 균주 도용 소송 상대방인 메디톡스와 ‘적과의 동침’을 하게 됐다. 

이에 메디톡스 관계자는 “에볼루스로부터 3500만달러 합의금(이 중 절반이 메디톡스 몫)을 받고 앞으로 대웅제약과 에볼루스가 벌어들인 주보 순매출액의 일정분을 로열티로 받고 주주로서 에볼루스로부터 배당도 받을 것”이라면서도 “거의 1년간 대웅제약과의 소송,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무차별적인 제품 허가 취소와 불법 수출(국가출하 미승인) 처분으로 영업을 못해 일어난 손실을 감안하면 보상이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메디톡스는 최대 400억원가량을 소송비로 지출했고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돼 매출 손실 감소분 이상의 치명타를 입었다. 결국 메디톡스는 국내 시장에서는 양사간 분쟁으로 ‘어부지리’를 얻고 있는 휴젤, 대웅제약과 3파전을 벌여야 하고 미국 시장에서는 제휴한 애브비, 2대 주주로 참여한 에볼루스를 통해 양다리를 걸치며 이득을 취하는 모양새가 됐다. 

아직 대웅제약은 국내에서는 균주 도용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 파트너인 에볼루스는 시인했는데 정작 자신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우리 법원이 미국 정부(준사법기관)의 판결 내용을 수용할지, 한국만의 특수한 사정을 바탕으로 재해석할지가 관건이다. 이에 내심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합의 의사를 밝혀오길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자존심 또는 명분, 실익으로 볼 때 대웅제약이 법정 대신 협상 테이블에 순순히 나올 것 같지는 않다. 

공교롭게도 대웅제약이 전환사채의 주식전환을 알린 24일(미국 현지시각)에는 주가가 16.51달러로 올라 대웅이 보유한 전환사채의 주식 전환 기준가 13달러를 상회했다. 하지만 26일 오전 11시 현재는 12.02달러로 내려 앉았다. 일시적인 평가 차익이 기대됐는데 오히려 26일엔 손실이 발생했다. 

반면 메디톡스는 676만2652주를 535억원에 사들여 매입 단가는 7911원(약 7달러)로 현재로서는 꽤 큰 시세차익을 올렸다. 에볼루스의 시가총액은 27일 현재 4.06억달러다. 

국내 시장에서 애브비나 멀츠 등 외국 브랜드는 국내 제조사들의 낮은 단가를 맞추지 못하기 때문에 크게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대웅은 선제적으로 메디톡스를 제치고 2019년 미국 시장에 진출해 국내보다 높은 가격으로 팔 수 있는 기회를 잡았으나 어찌보면 ‘몽니’를 부린 메디톡스의 미국 내 소송에 발목을 잡혔다. 

메디톡스로서는 국내외 사법기관 어느 곳에 호소해도 대웅의 불법 도용 혐의가 용인 또는 기소되지 않자 미국행을 택했다. 결과적으로 에볼루스가 메디톡스에 지급해야 할 보상금을 대웅제약이 대납하는 모양새가 됐다.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미국과 중국 시장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벌여할 회사들이 서로 발목을 잡고 있으니 말이다.

이같은 소송은 LG와 SK 그룹의 배터리 소송에서도 재현됐다. 정황상 SK가 LG기술을 도용한 정황이 짙은데 SK는 LG의 합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겠다며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미국으로 출장을 갔다. ITC 패소(SK제품 수입금지) 판결의 효력이 발생할 다음달 12일 이전까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을 끌어내기 위해서라는 후문이다. 준사법기관인 ITC의 결정을 대통령이라고 해서 함부로 철회할 수 있을까. 미국은 난장판인 것 같지만 나름 시스템이 엄격한 나라다. 

미국 언론들은 자국 내 기업인 애브비와 에볼루스의 시각에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에볼루스의 주보가 애브비와 그 파트너인 메디톡스의 보툴리눔톡신의 제조기술(영업비밀)을 사용해 개발됐다는 애브비의 주장을 ITC가 인정했고, 주보는 이로 인해 수입금지 조치를 받았으며, 3사(애브비, 에볼루스, 메디톡스) 간 합의로 모든 소송을 완전 해결했다는 것이다. 이 엄연하고도 객관적 사실에 대웅제약이 향후 국내 소송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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