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실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팀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청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혈우병 A 환자의 관절 수술 빈도, 환자군의 특성과 동반질환, 관절병증과 중증 출혈의 빈도를 분석한 결과 혈액응고 8인자(Factor VIII) 예방요법의 장기적 효과가 확인됐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대한민국 혈우병 A의 질병 부담 분석: 2008년부터 2021년까지의 횡단 연구’(Burden of Haemophilia A in South Korea: A Serial Cross‐Sectional Study From 2008 to 2021, 이하 ‘KHORT 연구’)가 국제학술지 ‘헤모필리아(Haemophilia, IF=3.0)’ 최신호(5월 31일자)에 게재됐다.
혈액응고 8인자 약물로는 한국다케다제약 ‘애드베이트주’(혈액응고 8인자),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엘록테이트주’(Efmoroctocog alfa, 이하 8인자 유전자재조합), 한국화이자 ‘진타솔로퓨즈프리필드주’(Moroctocog alfa), 바이엘코리아 ‘지비주’(damoctocog alfa pegol), 한국다케다제약 ‘오비주르주’(Susoctocog alfa), 노보노디스크제약 ‘노보에이트’(Turoctocog alfa, 국내 미시판) 등이 있다.
KHORT 연구는 국내 표준치료로 자리잡은 혈액응고 8인자(Factor VIII) 예방요법으로 14년간 치료받은 환자(2008년 1193명, 2021년 1517명)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연구 결과, 1차 평가지표인 환자 1000명 당 연간 관절수술 발생 수는 2008년 61.2건(95% CI: 48.0–76.9)에서 2021년 17.1건(95% CI: 11.2–25.1)으로 7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증 혈우병 A 환자에서의 관절 수술 발생 비율이 가장 높았다.
전체 환자 중 매년 2% 미만이 생명을 위협하는 출혈을 경험했으며, 이 중 약 90%는 중추신경계 출혈 또는 위장관 출혈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국내 혈우병 A 환자 수는 2008년 1193명에서 2021년 1517명으로 27.2% 증가했다. 60세 이상 고령 환자 비율도 점차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과 당뇨병의 유병률은 같은 기간 각각 150%, 50% 증가해 혈우병 A 고령 환자 증가에 따른 만성질환 관리 중요성도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영실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박영실 교수는 “그동안 국내에서는 혈우병 등록이 원활하지 않아 정확한 환자 수를 파악하기 어려웠지만, 점차 등록 체계가 정비되면서 국내 혈우병 A 환자 수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고령 환자 비율이 높아지면서 고혈압과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의 유병률도 함께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 만큼 환자들의 만성질환 관리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전 국민 건강보험 청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심평원 표본자료를 활용해 국내 실제 진료 환경을 반영한 장기 분석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국내에서 혈액응고 8인자 예방요법이 중증 혈우병 환자의 표준치료법으로 자리잡은 지 약 20년이 된 시점에서, 청구데이터를 활용한 장기간 연구를 통해 혈액응고 8인자 예방요법의 임상적 유효성을 확인한 결과라 할 수 있다.
혈우병 A는 X염색체에 위치한 혈액응고인자 8번의 결핍으로 발생하는 출혈성 질환으로 꾸준한 관리가 중요한 질환 중 하나다. 혈우병 치료는 결핍된 8인자를 보충하는 응고인자 제제와 8인자와 유사하게 지혈 역할을 수행하는 비응고인자(헴리브라, Emicizumab)제제로 나뉜다.
그 중 응고인자 제제는 효과적이며, 출혈 예방뿐만 아니라 관절 건강 유지에도 도움을 주어 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 관절 상태, 목표 신체활동 수준, 약물동태학(PK) 등 환자 개인의 특성에 맞춘 맞춤형 예방요법 치료가 가능하다.
박 교수는 “혈우병 A 환자는 반복적인 관절 출혈로 관절병증 등 다양한 합병증을 겪는 만큼 예방요법을 통한 적극적인 관리가 중요하다”며 “새로운 치료옵션이 나오고 있지만 표준치료법으로서 8인자 예방요법이 국내 혈우병 A 환자의 삶의 질 개선에 기여했고, 앞으로도 혈우병 A 치료 전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나경 한국다케다제약 희귀질환사업부 총괄은 “국내 혈우병 A 환자에게 8인자 예방요법을 국내 표준치료로 정착시키기 위해 한국다케다제약이 20년 넘게 기울여온 노력이, 이번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며 “장기 데이터를 갖춘 안전한 치료 옵션이 국내 임상 환경에서 혁신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연구에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