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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탈모증 급여화’ 검토 지시 … ‘모(毛)플리즘’이긴 하지만 ‘괜찮은 정책’ 복지부와 의료계 ‘막대한 재정 부담’ 우려 반대 … 남성 탈모증에 한해 수혜자 압축하고 본인부담률 30% 매기면 4410억원에 해결 가능 탁상공론 ‘문재인 케어’의 무모한 건보재정 낭비에 비하면 ‘공리주의적’ 결정 …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즉시적 정책 효과 기대 정종호 기자 2025-12-19 17:54:37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6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제20대 대선, 제21대 대선에 이어 탈모치료제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의료계 전반이 최대 3조6000억원의 재정 부담이 발생할 수 있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반응하고 있다. 국민의힘 등 야당은 ‘모플리즘’(탈모 급여화를 바라는 여론에 편승한 포플리즘)이라며 탈모인을 겨냥한 인기영합적 포플리즘이자 무모한 나랏돈 쓰기라며 비판하고 있다. 

 

여기서 탈모증은 원형탈모증, 남성형 탈모증, 여성형 탈모증으로 나눠볼 수 있다. 여기서 원형탈모증은 이미 상당 부분 급여가 이뤄지고 있으므로 논외로 하겠다. 여성형 탈모증은 유전부터 호르몬 변화(갱년기, 출산, 피임약 등), 스트레스, 영양 불균형(단백질, 철분 부족), 다이어트, 갑상선질환, 과도한 두피 관리, 특정 약물 등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므로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뚜렷한 치료법도 없다. 반면 남성형 탈모증은 원인이 상대적으로 명확하며 대부분 경구약으로 해결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6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치료에 대한 급여화 방안을 검토하라고 발언하고 있다. TV 중계 캡처 

이 대통령 발언의 표적은 결국 남성형 탈모증의 약물치료 급여화에 있을 것이라고 필자는 판단하고 있다. 남성형 탈모증의 유병률은 학계 추산으로 20대 2.3%, 30대 4.0%, 40대 10.5%, 50대 24.5%, 60대 34.3%. 70대 이상 46.9% 정도다. 정확한 통계를 알 수 없으나 러프하게 18세 이상 남성 인구가 4500만명이고 이중 15~20%가 발병 연령에 차이가 있을지언정 평생에 한번은 남성형 탈모증을 겪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래서 최대 900만명이 잠재적인 남성 탈모증 환자다. 

 

이 대통령은 “탈모는 미용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 장관에서 파격적으로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실제로 취업과 결혼을 앞둔 젊은 남성형 탈모인에게 탈모 증상은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들은 탈모로 자신감 상실, 스트레스, 우울증을 겪는다고 호소한다. 취업 시장과 결혼 전선에서 탈모가 심대한 감점 요인이라고 작용한다는 것에 부인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보험료만 내고 혜택은 못받는 청년층을 고려하라“고 주문했다. 필자는 막대한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감안해 만 25~50세까지 남성 탈모인에게 피나스테라이드나 두테스테라이드 성분의 탈모약에 대해 0~30%의 본인부담금을 내는 형태로 급여를 주는 절충안을 낸다면 청년 및 중년의 탈모증 환자들의 불만도 해소하고,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최소화하면서 가장 효율적인 정책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50세 이상은 자가부담할 경제력도 있고, 탈모로 인해 받는 미용적 측면의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최대 900만명의 남성 탈모증 환자 가운데 약 절반인 450만명 가량이 혜택을 입게 될 것이다. 남성 탈모약 값은 한 달에 1만원(보험상한가 기준)이면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세계적인 ‘제네릭 생산국가’다. 심하게 말하면 ‘제네릭 우후죽순 남발 국가’로 만약에 보건복지부나 건강보험공단에서 조달용 탈모약을 입찰에 부친다면 아마도 더 내려가면 내려갔지 1만원 이상 부를 제약사는 없을 것이다. 그러면 1년에 1인당 12만원, 진찰 및 처방료 약 2만원(연 1회 처방하고 효과가 없으면 처방 중단하도록 진료지침을 설정할 경우) 등 14만원이 소요된다. 이를 450만명에 적용하면 연간 총 6300억원의 지출로 해결할 수 있다는 필자 개인의 시나리오다. 

 

여기서 본인부담률은 30%로 매긴다면 1890억원의 재정 지출을 추가로 절감할 수 있다. 본인부담률을 어떻게 매길지는 결국 정책 집행자의 정책적 판단에 달려있다 할 것이다. 또 피나스테리드, 두타스테리드는 어느 정도의 ‘정욕 감퇴’가 부작용으로 따르므로 자신이 탈모라고 해서 모든 대상자가 이 약을 선호하는 것도 아니다. 한편으로는 이들 약이 전립선비대증의 진행을 막고 발생을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으므로 이 부분에서 간접적인 건강보험 재정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건강보험 재정을 축 낸 역대급 탁상행정의 결정판은 컴퓨터단층촬영(CT) 및 자기공명영상(MRI)에 대한 급여 확대로 상징되는 문재인 정부의 ‘문재인 케어’다. 문재인 케어 5년간 약 21조261억원이 추가로 투입됐는데 이 기간 CT, MRI 과잉진단으로 낭비된 금액은 최소 1600억원으로 추산된다. 1600억원 낭비는 단지 표면적인 액수일 뿐 ‘빙산의 하부’를 감안하면 훨씬 낭비가 많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게다가 문재인 케어는 희귀질환에 대한 급여 확대, 효과가 불분명한 난임 시술 지원(특히 한방 난임치료 급여화, 2029년 7월부터 44세 이하 연령제한 폐지) 등으로 낭비를 초래했다. 

 

이에 비하면 이 대통령의 남성 탈모증 급여화 검토는 실질적이고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에 가까운 공리주의적 정책이라고 평가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은 뽑지 않고 심습니다’라는 탈모 공약 광고를 냈는데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의료계든, 야권이든 기득권 또는 진영의 논리에서 무조건 비판할 게 아니라 파천황, 미증유의 발상으로 남성형 탈모증에 대한 급여화에 전향적으로 협조할 필요가 있다. 

 

공리주의의 입장에서 과연 최근 이뤄지는 초고가 희귀질환 의약품에 대한 급여화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된 후 시행됐는지 의문이다. 국내서는 척수성근위축증 치료제 ‘졸겐스마’(19억8000만원), B세포 급성 림프성 백혈병 및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치료제 ‘킴리아’(3억6000만원),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스핀라자’(9200만원), 유전성 망막색소변성증(RP) 치료제 ‘럭스터나’(3억2580만원) 등에 대한 급여가 이뤄지고 있다. 

 

인도주의 관점에서 희귀질환약에 대한 급여화로 환자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보장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됐으니 초고가 희귀질환에 대한 급여가 이뤄질 만한 시점이 됐다는 의견이 많다. 또 의학자의 임상 경험 증진을 통한 의학발전, 국내 제약사의 희귀약 개발의욕 고취 등을 위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특정 환자에 막대한 재정이 집중되고, 해당 치료의 비용-효과성을 입증하기 어려워므로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가장 문제시되는 것은 전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도 않았는데 환자단체의 극렬한 주장, 관련 의학자들의 옹호적 입장 표명, 이에 동정하는 여론에 편승한 보험자의 임시응변적 판단에 의해 어떤 대원칙을 설정하지도 않은 채 그때그때 건강보험 급여가 결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제약사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초희귀질환에 대한 초고가 신약개발이 장려되고 급여화가 촉진되고 있다. 이는 희귀질환 환자에 대한 접근성 제고, 첨단 정밀의학 발전, 혁신신약 창출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미국의 제약 패권과 거대 제약사의 이익 극대화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감염질환이나 만성관리질환에 대한 신약개발은 상대적으로 수십 년 동안 뒷전인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더 많은 환자들이 즉시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는 남성 탈모약 급여화 정책은 ‘괜찮은 포플리즘’ 정책으로 공리주의 정신에 입각해 환영할 만하다. 다만 고가인데다 약물 오남용이 우려되는 모발이식 수술에 대한 급여, 비만약(향정신성 의약품 또는 GLP-1 작용제 등)에 대한 급여화는 그야말로 시급한 생명 문제가 걸리지 않은 미용 치료에 돈을 쓴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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