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동계올림픽이 지난 7일 개막식도 시작하기 전에 노로바이러스 감염증 관리라는 까다로운 숙제를 떠안게 되었다. 지난 5일 열릴 예정이었던 여자 아이스하기 핀란드-캐나다전이 핀란드 선수 13명이 노로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려 격리되면서 2월 12일로 연기됐다.
노로바이러스(norovirus) 감염증은 겨울철에 가장 흔한 장염의 원인 중 하나다.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주로 발생한다.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동계 스포츠 경기 때마다 크고 작은 유행을 일으켜 왔다. 2018년 강원도 평창 올림픽 당시에도 280명 이상의 노로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발생해 운영상 어려움을 겪었다.
노로바이러스는 다른 식중독 바이러스와는 달리 기온이 낮은 겨울철에 생존 기간이 연장되고 감염력이 높아지는 특징이 있다. 영하 20도에서도 살아남고, 60도에서 30분 동안 가열해도 감염성이 유지된다. 또 일반 수돗물의 염소 농도에서도 바이러스 활성이 상실되지 않을 정도로 저항성이 강하다.
노로바이러스 감염증은 겨울철에 익히지 않은 생굴 등의 어패류를 먹고 발생하는 수인성감염병(식중독)으로 알려졌지만, 바이러스를 포함하고 있는 환자의 분비물과 접촉하여 발생하는 사람 간 전파가 집단 발생의 원인인 경우도 많다.
노로바이러스 감염증은 2일 이내로 잠복기가 짧고, 적은 수(10~100개)의 바이러스만 있어도 감염될 정도로 전염성이 매우 강하고, 무증상자뿐만 아니라 환자의 증상 소실 이후에도 전염성이 있는 경우가 많다.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이나 음식이 없는 깨끗한 환경이라고 하더라도 노로바이러스 감염증 환자 한 명만 집단 안으로 들어와도 대규모 집단 유행을 일으킬 수도 있어 방역이 매우 까다롭다.
노로바이러스 감염증은 평균 12~48시간(2일 이내)의 잠복기를 거쳐 갑작스러운 구토, 설사, 복통 등의 증상이 심하게 나타난다. 발열 등의 전신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다행히도 증상이 나타나는 기간은 2일 이내이며 대부분 2~3일 내에 자연 치유된다. 설사도 피가 섞일 정도로 중증인 경우는 거의 없다.
증상 발생 시점부터 회복 후 3일까지 전염력이 가장 높기 때문에 국내 질병관리청 지침에 의하면 증상 소실 후 48시간 이상 어린이집 등원, 등교 및 출근 제한이 권고된다.
이런 노로바이러스 감염증의 특징을 고려하면 올림픽 기간 중 노로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발생하면 단체 경기의 경우 1주일 이상의 연기는 불가피하며, 일정 조절이 안 되는 개인 경기의 경우 예선조차 참여하지 못할 수 있다. 특히 경기 후반으로 가게 되면 경기 일정 조율이 불가능해져 사실상 기권패를 감수해야 할 수밖에 없다.
이번 밀라노 동계올림픽의 경우 대회 초반 확진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추가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높으며 대규모 유행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나라 선수단 역시 대회 중 노로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노로바이러스감염증은 아직 상용화된 백신이나 치료제는 없다. 바이러스에 오염된 음식, 물, 환자의 분비물과의 접촉을 피하는 것이 감염을 예방하는 핵심이 된다.
노로바이러스는 임상 증상을 바탕으로 토사물, 분변을 채취해 중합효소연쇄반응(PCR) 및 효소면역법(ELISA)등 검사 방법을 사용해 진단한다.
노로바이러스는 항생제로 치료되지 않는다. 노로바이러스에 대한 항바이러스제 역시 없다. 종류가 많아 한 번 감염된 이후에도 재감염될 수 있다. 노로바이러스는 유전자에 따라 28종으로 구분된다. 백신 개발이 힘든 이유다. 유전적 특성에 따라 심한 증상으로 발전하는 사람도 있다. 노인이나 소아, 영아는 심각한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주의한다.
김정연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노로바이러스로 인한 식중독이 발생하면 수분을 섭취해 탈수를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온음료나 보리차를 충분히 마시는 게 도움이 되지만, 탄산음료나 과일주스는 탈수 증세를 악화시킬 수 있어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특히 영유아와 고령자에서는 탈수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들 연령층은 체내 수분 저장량이 적고, 면역력이 약해 감염 시 회복 속도 또한 느릴 수 있어 증상이 경미해 보이더라도 상태 변화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기본 예방 수칙은 △흐르는 물에 비누를 사용하여 30초 이상 손 씻기 △굴 등 어패류는 85도 이상에서 1분 이상 푹 익혀서 먹기 △변기 뚜껑을 덮고 물을 내린 후 손을 씻는 화장실 예절 준수 △장염 증상 발생 시 즉시 진료 등이다.
조리된 음식을 맨손으로 만지지 않는다. 채소류 등 비가열 식품은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은 후 섭취한다.
노로바이러스 환자와 화장실 등의 장소를 공유한다면 화장실, 변기, 문고리, 수도꼭지 등은 염소소독제를 40배 희석(염소농도 1000ppm)해 소독한다. 감염이 의심될 때는 화장실에서 용변 또는 구토 후 변기 뚜껑을 꼭 닫고 물을 내리고,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며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해야 한다. 구토나 설사 등의 증상이 있을 때는 요리도 하지 않는 게 좋다. 구토, 설사 증상이 멈추더라도 최소 2일은 휴식한다. 구토물이 묻은 옷은 50도 이상의 고온으로 따로 세탁한다.
신상엽 KMI한국의학연구소 연구위원(감염내과 전문의)은 “노로바이러스 감염증은 동계 스포츠 대회, 크루즈 등에서 대규모 유행이 나타나기 때문에 여행 시 주의가 필요하다”며 “아직 상용화된 백신은 없지만 굴 등의 어패류는 푹 익혀서 먹고, 수시로 비누로 손을 씻어주고, 변기 뚜껑을 덮고 물을 내리는 화장실 예절 등을 준수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