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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외면한 담뱃값 인상, 국민건강 먼저 생각한 거야 세수확보야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4-07-09 09:03:37
  • 수정 2014-07-16 09:4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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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득 상관없이 세금 부담, 저소득층 ‘억울’ … 건강증진기금 2조원서 1.3%만 금연정책에 지출

담뱃세는 소득에 상관없이 동일한 세율이 적용되는 역진성이 강해 저소득층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지난달 12일 보건복지부가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를 받아들여 담뱃값(담뱃세) 인상을 강력하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히자 그동안 잠잠했던 담뱃값 인상이 재차 공론화되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담뱃세 인상은 필요하다”고 밝혀 불을 지폈다. 인상 폭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1000원 정도로 예상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기존 담뱃값에서 50% 인상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그동안 정부는 국민건강을 이유로 담뱃값 인상을 추진했지만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매번 실패했다. 현재 담뱃값 인상에 대한 찬반의견은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한국납세자연맹이 지난달 인터넷 회원 1810명을 대상으로 담뱃세 인상 등의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30~40대 912명 중 찬성은 453명(49.7%), 반대는 459명(50.3%)이었다.

한국인의 흡연율은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공개한 ‘OECD 건강정보 2014(OECD Health Data 2014)’에 따르면 한국인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37.6%로 OECD 회원국 중 그리스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높은 흡연율은 유난히 잦은 야근, 과도한 스트레스, 높은 실업률 등으로 대변되는 한국사회의 한 단면이다. 

담배는 폐암, 후두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각종 질환을 유발한다. 개인의 기호품이지만 간접흡연으로 주변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 정부가 국민건강증진 차원에서 흡연율 감소에 적극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추진이 가장 집행하기 쉽고, 세수 부족도 메우려는 의도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혐연자가 많고 가족의 건강을 염려하는 심리를 감안할 때 세금 인상만큼 여론몰이가 쉽고,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정책은 없다. 무엇보다 간접흡연으로 피해를 입어 왔던 비흡연자들이 담뱃값 인상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담뱃세는 역진성이 큰 세금이기 때문에 무턱대고 인상하면 서민층의 부담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 부가가치세처럼 소득에 상관없이 동일한 세금이 부과되므로 소득이 낮은 계층이 더 많은 세부담을 지게 되는 것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의 ‘국내 흡연율의 사회 계층별 불평등과 변화 추이’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기준 소득이 최하위인 5분위의 흡연율은 64.6%로 소득 상위 20%의 47.8%보다 높았다.
또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민건강통계 조사결과 2011년 소득수준이 ‘하’(103만원 이하)인 남성의 흡연율은 53.9%, 소득수준이 ‘상’(309만원 이상)인 남성의 흡연율은 44.1%로 9.8%p 차이났다. 저소득층일수록 담배를 더 많이 피우고, 비용 부담에 체감이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굳이 소득을 따지지 않더라도 힘겨운 일상에 찌든 노동자에게 담배 한 모금은 적잖은 위로가 된다. 이는 술의 역할과 비슷하다. 직장상사 때문에 퇴사까지 고려 중이라는 직장인 김모 씨(29)는 “하루 종일 스트레스를 받다가도 잠깐 동료들과 담배를 피며 상사 뒷담화를 하다보면 마음이 풀어진다”며 “담뱃값이 인상되면 금연을 고려해보겠지만 심리적으로 담배 끊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토로했다.

물론 감정에 호소한다고 해서 담배의 유해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저소득층일수록 흡연율이 높은 것을 감안하면 일방적인 담뱃값 인상보다는 금연프로그램 강화, 금연구역 확대, 금연자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 등을 통해 스스로 담배를 끊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사회에 은연 중에 흡연을 조장하는 문화가 도사려 있다. 우선 대학에 들어가면 선배가 담배를 권한다. 대학 재학 중 담배를 피지 않고 버티더라도 군대에 가면 고참들이 건네주는 담배를 차마 뿌리치기가 어렵다. 담배를 피지 않으면 괜히 소외당하는 느낌이 들고, 흡연하며 휴식할 시간에 오히려 흡연자를 대신해 ‘대리 작업(사역)’에 나서야 하는 불이익에 처하기도 한다. 흡연을 단호히 배격하는 풍토가 학교, 군대, 직장에 자리잡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자는 늘어만 갔다.

이런 배경에서 담뱃값 인상으로 거둬들인 세수가 정부 논리대로 흡연율 감소에 직접 쓰이는 비율은 세발의 피다.  2조원에 달하는 국민건강증진기금 중 금연정책에 사용하는 비중은 현재 1.3%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건강보험 적자를 메우는 데 쓰이고 심지어 보건복지부 및 산하기관의 용돈처럼 쓰이기도 한다. 국내 담배값의 약 62%(1550원)가 세금인데, 결국 니코틴중독자의 돈을 털어 이런저런 구실을 붙여 정부 지출로 전용하는 것과 다름없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최근 성명서를 내고 “복지부가 담배가격 중 현행 62%인 담뱃세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낮은 수준이라는 이유로 담뱃세를 대폭 인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담뱃값 인상 대신 2조원의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금연정책에 사용하는 비중을 현행 1.3%에서 상향 조정하는 게 흡연율 감소에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담뱃값 인상은 전체 소비자물가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소비자물가지수를 결정하는 481개 항목 중 담배의 가중치는 20번째로 높다. 담배가격을 한 번에 2000원 인상할 경우 소비자물가가 0.65% 상승한다는 보고도 나와있다. 결국 담뱃값이 오르면 전체적인 물가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저소득층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게 된다.
 
급격한 담배값 인상보다는 물가와 연동해 가격을 단계적으로 올리는 방안도 제시됐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고문을 통해 “담배세금을 매년 소비자물가상승률과 연동해 올리면 급격한 물가 상승을 방지해 서민경제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최근 추진 중인 비만세 도입과 담뱃값 인상의 공통점은 ‘서민 증세’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일각에서 “힘없는 서민의 소비량이 많은 품목에 세금을 매겨 부족한 재정을 충당하려는 것 아니냐”라는 볼멘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정부의 이중적인 행태도 담뱃값 인상의 목표가 국민건강 증진인지, 세수 확보인지 헷갈리게 한다. 건강보험공단이 담배제조회사에 흡연피해배상을 청구하는 담배소송을 제기할 당시 초반에 미온적인 움직임을 보였던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의 모습이 이를 말해준다.

‘서민 증세’라는 오해를 종식시키고 국민적인 공감대를 이끌어내려면 거둬들인 세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명확한 로드맵을 먼저 제시할 필요가 있다. 또 담뱃값 인상에 앞서 금연 풍토를 확산시킬 수 있는 하드웨어적, 소프트웨어적 인프라를 어떻게 설계하고 밀어붙일 것인지 정책 당국의 결연한 의지가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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