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째 기침과 가래가 이어지지만 감기쯤으로 넘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런 증상이 반복된다면 결핵만큼이나 주의가 필요한 만성 폐감염 질환일 수 있다. 결핵과 증상이 비슷하지만 사람 간 전파는 거의 없는 ‘비결핵 항산균 폐질환’이다.
항산균은 세포벽이 단단해 산성 환경에서도 잘 죽지 않는 특징을 가진 세균으로, 결핵균, 나병균과 비결핵 항산균을 모두 포함하는 상위 개념이다. 이 중 결핵균, 나병균을 제외한 항산균이 폐에 감염돼 만성적인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을 비결핵 항산균 폐질환이라 한다. 결핵과 증상이 유사해 혼동하기 쉬워 정확한 감별 진단이 중요하다.
비결핵 항산균(Nontuberculous mycobacteria, NTM)은 결핵균과 나병균을 제외한 200여 종 이상의 마이코박테리아를 통칭하며, 흙과 물 등 환경에 흔히 존재한다. 주요 원인균은 M. avium complex(MAC), M. abscessus, M. kansasii 등이다. NTM은 폐질환(90% 이상), 림프절염, 피부-연조직 감염을 유발한다.
수돗물, 샤워기 헤드, 수도관 내부처럼 물이 고이거나 정체되는 환경에서도 발견될 수 있어 일상생활 속 노출 가능성도 비교적 흔하다. 다만 이러한 노출이 곧바로 질환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면역력이 저하됐거나 기존 폐질환이 있는 경우 감염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김주상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비결핵 항산균은 일상적인 환경에 존재하기 때문에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다”며 “기관지확장증이나 과거 폐질환 후유증이 있는 환자는 증상 변화에 주의를 기울이고 폐 건강 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비결핵 항산균 폐질환의 증상은 서서히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수개월 이상 지속되는 기침과 가래가 가장 흔하고 호흡곤란, 흉부 불편감, 쉽게 피로해지는 증상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질환이 진행되면 체중 감소, 식욕 저하, 미열, 객혈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감기나 기관지염으로 오인돼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도 적잖다.
진단은 흉부 X-레이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고해상도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와 반복적인 객담검사, 균 배양검사를 함께 시행한다. 비결핵 항산균은 환경에 흔히 존재하기 때문에 한 번의 검사 결과만으로 진단하지 않고 임상증상, 영상소견, 반복검사 결과를 종합해 판단한다. 이 과정에서 원인균의 종류를 정확히 확인하는 게 치료 방향 설정에 중요한 기준이 된다.
김주상 교수는 “비결핵 항산균은 균 종류에 따라 치료 반응과 예후가 크게 달라진다”며 “정확한 진단 없이 항생제를 사용하면 오히려 치료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치료는 주로 여러 항생제를 병합해 1년 이상 장기간 진행된다. 다만 모든 환자가 치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증상이 경미하고 질환의 진행 속도가 느린 경우에는 정기적인 추적 관찰을 선택하기도 한다.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꾸준히 약을 복용하고, 임의로 중단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김주상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김 교수는 “비결핵 항산균 폐질환은 증상이 경미 하더라도 치료 시점을 놓치면 폐 기능 저하로 이어져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오래 지속되는 기침과 가래가 있다면 가볍게 넘기지 말고 조기에 진료를 통해 정확한 진단과 관리 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