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아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주립대학교(UCSD) 라디 어린이병원(Rady Children’s Hospital) 뇌전증센터 쉬프테 새터(Shifteh Sattar) 박사팀과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소아 B세포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B-ALL)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발작이 일부 환자에서는 뇌전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2일 발표했다.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은 치료 과정에서 항암제 부작용이나 전해질 이상, 불안정한 혈압, 감염 등으로 인해 발작이 발생할 수 있다. 연구팀은 B-ALL 진단 후 치료받은 소아 청소년 중 발작이 발생한 환자의 임상 양상과 그 경과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2011~2024년에 B-ALL 환자 중 발작이 발생한 23명을 추적 관찰했다. 평균 백혈병 진단 연령은 6.1세, 첫 발작 발생 시점은 백혈병 진단 후 28개월이 지난 평균 8.5세였다.
연구 결과, 23명의 환자 가운데 17명(73.9%)은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유발성 발작이었으며, 주로 항암제인 메토트렉세이트(MTX)에 의한 신경독성과 관련이 있었다. 이중 7명(30.4%)은 만성 뇌전증, 5명(21.7%)은 약물 난치성 뇌전증으로 진행됐다. 약물 난치성 뇌전증 중 3명은 국소성 난치성 간질(focal intractable epilepsy)로 간질 수술, 미주신경 자극술(VNS), 반응성 신경 자극술(RNS), 케토제닉 다이어트 등의 치료를 받았으며, 3명은 레녹스-가스토 증후군(Lennox-Gastaut syndrome)으로 진단받았다.
특히 만성 뇌전증으로 진행한 환자에서 발작 발생 연령이 유의하게 높았으며, 환자 중 다수는 자기공명영상(MRI) 상 ‘백질뇌병증’이 관찰됐다. 이는 항암제 MTX로 인해 발생하는 백질뇌병증이 유전적으로 취약한 특정 개인에서 뇌전증 발생의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최선아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최 교수는 “소아 백혈병 치료 과정 중 발생하는 발작은 대부분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나지만, 일부 환자에서는 뇌전증이 지속될 수 있다”며 “특히 발작 발생 연령이 늦거나 MRI에서 백질뇌병증 소견이 확인된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생존자는 장기적인 신경학적 추적 관찰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B세포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소아 청소년의 뇌전증’(Epilepsy in children and adolescents with B-cell acute lymphoblastic leukemia) 논문으로 뇌전증 분야의 국제 학술지 ‘Epilepsy Research’ 12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