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28 19:34:57
멕시코시티 아라메다공원 옆의 고풍스러운 예술궁전의 모습
캐나다 여행을 마치고 멕시코로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평소 같았으면 새로운 나라를 방문한다는 생각에 들떠 즐거웠겠지만 영어가 통하지 않고, 치안이 불안정한지라 괜히 긴장됐다. 그럼에도 꼭 다시 가보고 싶은 나라로 꼽힌다는 ‘평판’에 이끌려 멕시코공항에 안착했다. 대기 중인 택시를 불러 만국 공통어인 ‘보디 랭귀지’로 흥정한 뒤 숙소로 향했다. 택시 안에서 바라본 낯선 풍경들이 멕시코에 도착했음을 실감나게 한다.
좁은 골목에 택시가 멈췄다. 짐을 꺼낸 후 골목을 둘러보는데 아무리 봐도 숙소의 입구처럼 보이는 문이 없다.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는데 골목길 건너편에서 보고 있던 사람들이 손가락으로 알려준다. 미처 발견하지 못한 작은 문에 숙소의 이름이 적혀있다. ‘그라시아스!’ 미리 외워 둔 스페인어로 감사를 표하고 숙소로 들어섰다. 기대보다 호의적인 반응에 시작부터 느낌이 좋다.
# 멕시코시티의 중심지, 소깔로광장(Playa de Zocalo)
숙소에 짐을 풀고 카메라와 지도만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생각보다 깔끔하고 정돈된 거리와 눈에 익숙한 프랜차이즈들이 여느 대도시에서 볼 수 있는 모습들과 흡사하다. 소깔로광장으로 향하는 후아레즈거리(Av. Juarez)에 위치한 아라메다공원을 잠깐 들러본다.
대각선과 직선이 일정하게 분산되는 산책로가 공원을 더 멋지게 만들어준다. 10월이지만 여전히 따뜻한 날씨에, 분수대에는 더위를 식히기 위해 앉아 있는 사람들로 즐비하다. 공원 곳곳에 ‘Wi-Fi’(와이파이) 표시를 볼 수 있다. ‘설마’ 하는 마음에 주머니에 있는 스마트폰을 꺼내 연결해 본다. 공원 전체에서 무료로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다니 신기하면서도 놀랍고 한편으로 반가웠다. 잠깐 벤치에 앉아 인터넷을 즐겼다.
공원 옆 금방이라도 하늘로 날아갈 듯한 천사 조각상과 노란색부터 붉은색까지 그라데이션 돼 있는 고풍스러운 예술궁전이 눈에 띈다. 이 곳을 거쳐 약 10분 정도 상점거리를 지나 드디어 소깔로광장과 마주했다.
소깔로광장은 여행자들의 집결지이자 오랜 세월 주요 역할을 담당했던 도심지다. 대단한 규모의 광장을 중심으로 메트로폴리탄 대성당과 대통령궁 등 멕시코시티를 대표하는 건축물들이 광장을 둘러싸고 있다.
광장 북쪽에 위치한 메트로폴리탄 대성당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으며, 240여 년의 오랜 건축 기간으로 고딕·바로크 등 다양한 양식이 한데 어우러져 익숙하면서도 메트로폴리탄 고유의 아름다움을 발산하고 있다.
소깔로광장 동편에는 반듯한 사각형의 대통령궁이 위치해 있는데,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 꽤 많은 사람들이 대기해있는 모습이 보인다.
잠깐 들어가 볼까 고민하던 차에 신분증만 있으면 쉽게 들어갈 수 있다며 기다리고 있던 멕시코 사람들이 관람을 독려한다. 동양인이 멕시코를 방문하며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 제법 신기한 모양이다. 깐깐한 짐 검사를 거친 후 내부로 들어갔다. 소깔로광장보다 더 넓은 규모로 박물관부터 멕시코의 역사가 그려진 벽화, 다양한 조각과 분수로 채워진 정원 등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테마로 구성돼 있다.
대통령궁을 둘러보고 다시 광장의 상점 거리로 갔다. 공항에서부터 소깔로광장까지 거침없이 이동한 탓에 허기가 지기 시작했다. 향긋한 고기 냄새가 코를 찌르고 사람들이 끊이질 않고 기다리고 있는 소위 ‘맛집’으로 보이는 곳으로 발길을 멈췄다.
메뉴판에는 모든 메뉴가 6페소라고 적혀 있고, 사람들은 종류별로 하나씩 주문하고 있었다. 고민하다가 메뉴판 가장 위에 있는 음식을 하나를 주문했다. 작은 그릇에 노릇한 타코를 건네받고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테이블 위에는 양파와 고수, 양배추 샐러드가 수북이 쌓여 있고 갖가지 소스가 마련돼 있었다. 타코 안에 양파와 양배추 샐러드를 먹고 싶은 만큼 넣고 괜찮아 보이는 소스 하나를 뿌려 한 입 먹었다. 숯불에 막 구운 듯한 고기에 찰진 또띠아, 신선한 야채가 어울린다. 무엇보다 음식 하나의 가격은 단돈 ‘400원’이다. 여행자들이 멕시코를 찬양하는 이유를 조금씩 알 것 같다.
# ‘신들의 도시’ 테오티우아칸(Teotihuacan)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복잡한 시내를 벗어나 1시간 정도 이동하니 테오티우아칸 입구다. 정면에는 구름과 맞닿아 있는 듯 높게 솟은 ‘태양의 피라미드’가 기다리고 있다. 도시 중심으로 이동하니 널찍한 길이 나온다. ‘죽음의 길’이라고 불리는, 제물이 다니는 신성한 길이다. 그 길의 왼쪽 끝에 신에게 제물을 바치는 ‘달의 피라미드’가 있다. 도시를 떠받드는 이들 두 피라미드가 모두 신을 위해 지어졌다니, 가히 ‘신들의 도시’라고 불릴 만하다.
이 광활한 도시가 지금으로부터 약 2000년 전에 있었다니,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믿기지 않는다. 그들은 이 피라미드 위에서 신께 무엇을 바랐을까? 왜 그들은 도시의 흔적만을 남긴 채 사라졌을까? 피라미드 끝에 걸쳐 앉아 잠시 그들과 도시의 모습을 그려본다.
여행을 마치고 오후 6시쯤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숙소 앞에 있는 햄버거 가게에 방문했는데 역시 의사소통이 문제다. 햄버거 하나 주문했을 뿐인데 종업원의 질문이 더 많다.
알아듣지 못하자 메뉴판에 있는 그림을 활용하여 설명해준다. 끝까지 웃으며 열심히 설명해준 노력이 고마워 소소한 팁을 건넸다. 적은 금액이지만 반기는 모습에 왠지 뿌듯하다.
전망대에 올라 멕시코시티의 모습을 둘러본다. 넓은 도로 사이로 비치는 붉은 해질녘이 나름 운치 있다. 전망대에 있는 카페에서 차 한 잔을 마시며 어두워지길 기다린다. 화려한 불빛은 아니지만 은은하면서도 옅게 퍼지는 가로등 조명이 멕시코시티의 야경을 아련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노윤수 여행칼럼니스트 roh_ys@naver.com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