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12 16:58:53
뉴욕 플라자호텔 지하 푸드홀에 전시 판매 중인 다양한 마카롱
타임스퀘어, 센트럴파크,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록펠러센터 등 뉴욕의 상징적인 장소는 여러 곳이다. 그러면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방영되는 ‘나홀로 집에’의 케빈과 뉴욕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장소는 어디일까? 그 중 하나가 플라자호텔(The Plaza New York)이 아닐까 한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나홀로 집에’의 케빈과 플라자호텔에서 조우하는 모습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던 곳이기도 하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배경으로 나오는 곳도 이 곳이고 마릴린 먼로, 비틀스 등 뉴욕을 방문하는 유명 인사가 묵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일일이 언급하기도 힘든 수많은 이유로 뉴욕 플라자호텔은 지나가다 한번 ‘관광’의 의미로 거쳐갈 법하다. 여기에 또다른 이유가 있다면 ‘디저트’를 경험하기 위해 꼭 방문해 봐야 한다. 가히 ‘디저트 천국’이라고 할 수 있다.
여유로운 오후에 특별한 시간 … ‘더 팜 코트’서 애프터눈 티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다양한 디저트를 즐기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더 팜 코트(The Palm Court)’에서 오후 2~5시에 진행되는 애프터눈 티를 여유롭게 즐기는 것이다. 가격은 좀 비싸지만, 특별한 오후를 보내고 싶다면 추천한다. 애프터눈 티 메뉴로는 ‘더 뉴요커 티(The New Yorker Tea)’와 ‘더 샴페인 티(The Champagne Tea)’가 준비돼 있다.
두 메뉴 모두 눈부터 즐거워지는 마카롱을 비롯한 다양한 디저트가 포함돼 있고, 메뉴 구성이 일부 다르다. 더 뉴요커티는 다양한 티 종류 중 하나를, 더 샴페인티는 샴페인이나 스파클링 사이다를 고를 수 있다. 원한다면 와인이나 주스를 따로 주문할 수 있다.
더 팜 코트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천장 높이 뻗어 있는 야자수다. 심플한 구조 프레임에 조명을 더한 높은 천장의 스테인드글라스 돔도 화려하다. 이 공간은 2013년에 리노베이션을 통해 재개장한 것으로 세계적인 건축가 티에리 데스폰트(Thierry Despont)가 센트럴파크의 녹음(綠陰)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고 한다. 아트리움(atrium) 형태로 자연광 같은 친환경적인 요소를 도입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오랜 시간 디저트를 즐기며 머물러도 쾌적한 환경을 느낄 수 있다.
애프터눈 티는 가격이 비싸지만 메뉴 구성은 훌륭했다. 한 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었다. 갓 구운 듯한 스콘은 함께 제공된 더블 데본셔 크림(Double Devonshire Cream), 레몬 커드(Lemon Curd)와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 샌드위치 5종은 계란샐러드, 칠면조, 오이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했다. 스콘은 국내나 일본의 애프터눈 티에 비해서 크고 부드럽다. 특히 별 맛이 없을 것 같은 오이샌드위치는 입안을 상쾌하게 해 줘 디저트를 더 잘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일거에 다채로운 디저트 접하려면 호텔 지하의 ‘푸드홀’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디저트 호사를 누리는 두번째 방법은 호텔 지하의 ‘푸드홀(Food Hall)’에 들르는 것이다. 매일 아침 8시에 문을 열어 오후 10시까지 운영하기 때문에 시간적인 접근성도 용이하다.
푸드홀엔 다양한 먹을 거리가 준비돼 있는데, 디저트도 빠지지 않는다. 컵케이크으로 유명한 ‘빌리스 베이커리(Billy’s Bakery)’,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를 통해 알려져 2008년 국내 진출한 ‘패이야드(FP Patisserie by Francois Payard)’, 지금은 한국에서 철수해서 뉴욕에 가야 맛볼 수 있는 ‘레이디엠(Lady M Confection)’의 크레이프 케이크, 1940년대부터 뉴욕에서 달달한 맛을 만들어온 ‘윌리엄 그린버그 디저트(William Greenburg Desserts)’, 작은 크기의 귀여운 도넛을 즉석에서 튀겨 다양한 설탕을 토핑하는 ‘도너터리(DOUGHNUTTERY)’까지 여기서 모두 만나볼 수 있다. 취향에 따라 한두 가지를 골라 맛보면 좋을 듯하다.
가장 뉴욕스러운 디저트를 찾는다면 윌리엄 그린버그 디저트에서 ‘블랙 앤 화이트 쿠키(Black and white cookie)’를 구매하길 추천한다. ‘반반쿠키(Half-and-half cookie)’로도 불리는 이 쿠키는 뉴욕을 대표하는 디저트 중의 하나다.
일반적으로 조금 두툼한 쿠키 도우에 반은 초콜릿, 나머지 반은 흰색 아이싱(icing)을 덮어 랩으로 개별 포장해 판매한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1920년대에 뉴욕주 유티카(Utica)에 위치해 있던 ‘헴스트로츠 베이커리(Hemstrought’s Bakery)’의 ‘해프 문(half-moon)’ 쿠키에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100여년의 역사를 지닌 이 쿠키는 매우 달아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게 단점이다.
또 윌리엄 그린버그 디저트에서는 ‘푸쉬팝 케이크’ 등으로 불리며, 국내서는 홈베이킹에 간혹 활용되는 주사기 모양 같기도 한 ‘케이크팝(Cake Pops)’을 먹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윌리엄 그린버그의 케이크팝은 위에 뚜껑을 열어 밑에 막대기를 돌리면 안에 있는 케이크가 나오는 독특한 모양으로 재미를 더한다.
선물용은 푸드홀 ‘토드 잉글리시’ 제격 … 감각적인 포장과 맛 ‘마스트 브라더스 초콜릿’
푸드홀에는 선물용으로 적합한 차, 초콜릿, 사탕 등을 갖춘 ‘토드 잉글리시(Todd English)’ 매장이 돋보인다. 이곳엔 뉴욕의 ‘로리 앤 손스(Laurie&Sons)’의 초콜릿, 브루클린에서 핫한 ‘마스트 브라더스(MAST Brothers)’의 초콜릿 등이 있다.
마스트 브라더스의 초콜릿은 감각적인 포장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Bar) 형태로 심플한 디자인에 ‘마스트(MAST)’라고 쓰여진 포장지에 감싸져 있다. 국내서는 신세계 딘앤델루카를 통해서 소개된 브루클린의 대표적인 초콜릿 브랜드다. 포장지를 뜯으면 단순함의 극치다. 겉보기에는 다른 초콜릿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러나 맛은 원재료인 카카오 하나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한다. 카카오 함량이 높아서인지, 아니면 시중의 초콜릿과는 다른 원재료를 써서인지 카카오향에 새로운 느낌이 든다. 마스트 브라더스는 ‘빈투바(bean to bar)’ 초콜릿으로 원재료 카카오 원두를 직접 선별해 최종 산물인 초콜릿이 나오기까지 모든 공정을 직접 관리한다. 제품별로 차이는 있지만 카카오 풍미에 씨솔트나 아몬드 같은 부재료의 은은한 향이 더해져 단순함이 다양함으로 거듭난다.
캐러멜과 비슷한듯 다른듯 ‘단짠 조합’ 솔트 워터 타피
토드 잉글리시에선 국내서 아직 생소한 사탕의 한 종류인 ‘타피(Taffy)’도 구입할 수 있다. 특히 뉴욕시티 처음이자 하나뿐이라는 타피 제조사라고 하는 ‘솔티 로드(Salty Road)’의 다양한 종류의 ‘솔트 워터 타피(Salt Water Taffy)’가 준비돼 있다. 이곳 토드 잉글리시는 좋은 브랜드의 제품을 잘 선별해 놓은 느낌이다.
솔트 워터 타피는 캐러멜과 비슷한 모양이지만 그와 다른 사탕의 한 종류인 타피다. 캐러멜과 타피의 차이점은 나라별, 제조업체별로 다르다. 일반적으로 타피는 캐러멜과 달리 유제품(우유, 크림, 버터 등)이 들어가지 않는다. 대신 설탕, 콘시럽, 물, 전분, 젤라틴으로 만든다.
또 타피는 원재료들을 섞어서 끓인 달고 끈적거리는 덩어리를 우리나라의 엿을 만들 때의 공정과 비슷하게 반복적으로 당겨서 늘려가며 만드는 게 특징이다. 특히 솔트 워터 타피는 소금이 들어가 최근 국내서 많이 회자되는 ‘단짠(단맛과 짠맛)’ 조합이다. 솔트 워터 타피에는 주재료가 베르가못, 스트로베리 앤 크림, 솔티 망고 라씨, 바닐라, 솔티 피넛, 씨솔트 캐러멜인 다양한 종류의 제품이 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페퍼민트 솔트 워터 타피이다. 단짠 조합에 페퍼민트향이 진하게 배어 있어 독특한 풍미를 낸다. 취향이 갈릴 수 있겠지만 페퍼민트 같이 시원한 향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선물해보면 좋을 듯하다.
양지영 디저트칼럼니스트 dessert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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