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22 19:29:49
리틀컵케익 베이크숍의 다양한 컵케익
기내에서 프랭크 시나트라의 ‘뉴욕, 뉴욕(New York, New York)’ 노래가 잔잔하게 울려 퍼진다. 14시간 이상의 비행 끝에 뉴욕 도착이다. 뉴욕의 다양한 디저트를 만나기 위해 태평양을 건너 집을 나선지 근 하루 만에 이 곳에 안착했다.
영화, 드라마에서 보던 디저트부터 주변에서 이야기로 들었던 디저트, 현지의 트렌디한 디저트에 이르기까지 새로이 만날 디저트에 기대감과 두근거림을 갖고 첫발을 내디뎠다.
모든 트렌드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뉴욕은 디저트 트렌드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도착하자마자 왠지 모르게 ‘뉴욕’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디저트, ‘컵케이크(cupcake)’을 맛보러 한걸음에 달려 갔다.
뉴욕의 컵케이크 이미지는 알록달록 다양한 색의 프로스팅(frosting)과 아이싱(icing)이 올라간 모습이다. 이 특별한 모양의 컵케이크의 기원은 1796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아멜리아 시몬스(Amelia Simmons)는 1796년 아메리칸 쿠커리(American Cookery)에 ‘작은 컵에 구운 케이크(a cake to be baked in small cups)’ 레시피를 기술했다. 이것이 컵케이크에 대한 최초의 언급이라고 한다.
또 ‘컵케이크(cupcake)’란 말은 1828년 출판된 엘리자 레슬리(Eliza Leslie)의 요리책(Seventy-five Receipts for Pastry, Cakes, and Sweetmeats)에서 맨 처음 명명됐다고 한다. 이 두가지 사실만 놓고 보아도 컵케이크는 2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현재와 같이 프로스팅 등으로 장식된 화려한 모습의 컵케이크는 지금으로부터 100여년 전인 19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음식 관련 저술을 많이 한 앤드류 스미스(Andrew F. Smith)는 최초의 상업적인 컵케이크는 ‘핫티스트 컵케이크(The Hostess CupCake)’라고 소개했다. 현재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컵케이크의 모습과 매우 비슷하다.
이후 1920년대에는 컵케이크 위에 초콜릿이나 바닐라 프로스팅을 올리는 게 유행이 됐다. 여러 레시피가 계속해 등장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컵케이크는 일반적으로 버터, 설탕, 계란, 밀가루를 섞어 틀에 넣고 구운 뒤 그 위를 크림 등으로 장식해 마무리한다. 최근에는 밀가루를 먹지 못하는 사람을 위한 ‘글루텐 프리’ 컵케이크, 버터 등 유제품과 계란을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를 위한 ‘비건’ 컵케이크도 등장했다.
섹스앤더시티의 캐리가 먹던 컵케이크의 대명사 ‘매그놀리아’
한국에 있는 매그놀리아는 조금은 특별하게 백화점을 찾아가야 존재하는 케이크 전문점이라면, 뉴욕의 매그놀리아는 집 근처 골목길 모퉁이를 돌면 나오는 동네 베이커리 느낌이다. 기분이 울적할 때 동네를 거닐며 컵케이크를 한입 베어 물고, 단 것을 먹으며 기분을 ‘업(UP)’시키는 그런 편안한 장소처럼 보인다. 그래서 섹스앤더시티의 캐리 브래드쇼(Carrie Bradshaw)가 기분이 좋지 않을 때 매그놀리아를 찾았는지 이해가 될 듯하다.
초창기의 매그놀리아는 앨리사 토리(Allysa Torey)와 제니퍼 애펠(Jennifer Appel)이 함께 운영했다. 그러나 제니퍼 애펠이 1999년 버터컵 베이크숍(Buttercup Bake shop)을 오픈하면서 떠나자, 2007년 앨리사 토리는 매그놀리아를 스티브 애브람스(Steve Abrams)에게 매각했다. 스티브 애브람스가 이후에는 사업을 세계적으로 확장해 현재는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등 미국뿐 아니라 멕시코시티, 서울, 도쿄, 두바이, 도하 등에도 매장을 냈다.
브루클린의 힙(Hip)한 ‘리틀 컵케이크 베이크숍’
브루클린에서 2005년 여름에 오픈한 리틀 컵케이크 베이크숍(Little Cupcake Bakeshop)의 목표는 사람과 지구를 위해 기여하는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건강한 전통 미국 디저트를 지향하고자 대부분의 재료를 신선하고 친환경적인 근처 지역 농장에서 공급받는다고 한다.
리틀 컵케이크 베이크숍은 허드슨강을 건너지 않아도 맨하탄 내의 이스트빌리지(East Villiage)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이 가게 근처에는 다른 볼거리와 먹을거리도 있어 더욱 좋다. 걸어서 채 5분도 걸리지 않는 곳에는 현대적 아트와 새로운 아이디어를 지향하는 ‘뉴 뮤지엄(New Museum)’이 있어, 현대미술 애호가라면 흥미로울 것이다. 또 바로 건너편에는 긴 줄이 늘어서는 것으로 유명한 피자집 ‘프린스 스트리트 피자(Prince ST Pizza)’가 있다.
리틀 컵케이크 베이크숍의 컵케이크는 촉촉하고, 부드럽고, 조화롭다. 프로스팅은 겉보기와 달라 즐거움이 있다. 거칠어 보이는 프로스팅의 텍스처는 입안에 들어가면 살살 녹으며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또 달콤하고 크리미한 프로스팅과 그리 달지 않은 촉촉한 케이크가 조화를 이룬다. 점심에 피자로 식사를 하고, 뉴 뮤지엄에서 미술 감상을 마치고, 소화가 될 때쯤 리틀 컵케이크 베이크숍에 들러 커피와 컵케이크로 오후의 출출함을 달래면 흡족할 것이다.
양지영 디저트칼럼니스트 dessert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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