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02 15:39:47
김보미 윌스기념병원(수원) 수면센터 원장. (윌스기념병원 제공)
학교에 있는 시간도 많았고 해야할 공부도 많았던 청소년기, 잠깐씩 책상에 엎드려 자다가 갑자기 몸이 움찔하며 깜짝 놀래서 깬 경험이 있을 것이다. 혹은 막 잠이 든 아기를 보고 있으면 팔이나 다리가 움찔움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수면 놀람증’으로 불리는 ‘수면 근대성경련’이다. 마치 딸꾹질처럼 의도하지 않았지만 나타나는 근육의 수축 현상 중 하나이다. 이는 건강에 문제가 있어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수면은 비렘수면과 렘수면으로 나뉜다. 그 중 비렘수면단계는 4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번째 단계는 매우 얕은 수면단계이다. 나른 하면서 졸리고 심박수와 호흡수가 약간 감소된다. 2단계는 가벼운 수면 단계로 안구는 보통 정지해 있다. 3단계는 2단계 수면 진행 후 30~45분이 지나면 나타나는데 부교감신경계의 우세로 다른 신체 대사가 저하되어 심박동수와 호흡수가 현저히 느리게 된다. 4단계는 델타수면으로 불리는 깊은 수면 단계다. 깨어있을 때보다 심박동수와 호흡수가 20~30%감소하고 거의 움직이지 않으며, 깨우기 어려운 상태다. 신체의 회복이 이루어지는 단계이며 뇌의 활동이 편안해진다.
렘수면은 잠이 든 지 90분정도가 지나면 첫번째 렘수면이 나타나며, 이는 5~30분 동안 지속된다. 렘수면의 가장 큰 특징은 빠른 눈 운동이다. 또한 렘수면 단계에서 꿈을 많이 꾸며, 대부분 꿈에 대해 생생하게 기억한다. 생리적 상태는 각성 상태(외부 현상을 알고 깨어 있는 상태)와 비슷하지만 근긴장도는 떨어져 있어 마비가 된 상태라고 할 수도 있다.
수면 놀람증은 다음 단계 수면으로 돌입할 때 근육 이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다. 즉 잠이 단계에 맞게 진행이 되야 하는데, 진행이 되지 않아 움찔하면서 놀라서 깨는 것이다. 특히 피로나 스트레스가 심하면 몸이 긴장 상태를 유지하려고 해서 잠을 자도 근육이 제대로 이완이 되지 않는다. 대부분 자기 전 긴장 상태였다가 잠이 드는 비렘수면 1단계에 들어설 때 수면 놀람증이 잘 유발된다. 이러한 수면 놀람증은 집처럼 심리적으로 안정되는 공간보다는 지하철, 도서관, 학교 등 외부에 있으면서 불편한 자세로 잘 때 잘 나타난다. 그리고 신체가 피로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거나 과도한 카페인 섭취, 잠들기 전 격한 운동 등은 수면 놀람증을 쉽게 발생시킬 수 있다.
수면놀람증이 밤에 발생하면 수면이 중단되어 일찍 깨거나, 잠을 다시 들 수 없는 등 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다. 또 수면놀람증이 반복될 경우 불면증이나 수면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 등과 같은 수면 장애나 만성피로로 이어질 수 있다. 만일 수면 문제로 일상생활에 영향을 끼친다면 참으려 하지 말고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수면 놀람증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횟수가 줄어들지만 그래도 예방을 위해선 평소 자는 곳에서 잠을 자고 수면에 방해가 되는 스마트폰, TV, 조명, 소음 등을 차단하는 것이 좋다. 되도록 낮잠을 피하고, 자기 전 따뜻한 물을 마시거나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해서 체온을 약간 올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