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04 15:33:38
정부가 코로나19를 풍토병처럼 관리하려는 입장 변화를 보이면서 그 급격한 태세 전환이 오는 9일 대통령 선거를 의식한 ‘선거용’이 아니냐는 의심과 비난을 사고 있다. 연합뉴스TV 캡처
지난 2월 초만 해도 가족 중 한 사람이라도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에 걸리면 밀접접촉자로 간주돼 최소 1주일, 길게는 2주간 옴짝달싹을 못할 정도로 가둬놓던 정부가 이달 1일부터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돌연 중단했다.
과도한 방역으로 자영업자들의 생계가 곤란하다는 원성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원천봉쇄를 고집하던 정부가 올해 들어 서서히 방역 태세를 완화하더니 정책의 일관성도 없이, 과학적 근거도 없이, 사전에 충분한 예고도 없이 방역 장벽을 허물었다.
우선 지난 2월 3일부터 정부는 신속항원검사를 받아 양성이 나와야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방침을 바꿨다. 양성 확진자 수를 줄이기 위한 꼼수인 게 명확했지만 하루에 감당할 PCR 검사 역량을 넘어섰다고 정부는 둘러댔다.
올 1월 초까지만 해도 하루 5000명 신규 확진자도 많다며 걱정하던 보건당국이 2월 5일 3만6362명이 되자 아연실색하더니 4일 신규 확진자는 26만6853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하루 4만명 정도나 검사할 인프라가 한 달 만에 7배로 갑자기 늘어났다는 말인가. 한국은 이 정도는 충분히 수용하고도 남을 바이오 인프라가 있는데 정부가 엄살을 피웠을 뿐이다.
음식점, 은행, 관공서, 마트 등을 출입할 때마다 해애 했던 QR코드 인증은 4개월 만에 중단됐다. K방역의 수작(秀作)이라고 자화자찬하더니 사실상 ‘폐지’인데 ‘잠정 중단’이라며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
청소년 접종, 전국민(성인)의 부스터샷을 거의 강권하더니 이제는 그런 말이 쑥 들어갔다. 청소년들에게 4월 1일부터 방역패스를 하니 예방접종을 하라고 애원하더니 이젠 아무 소리가 없다. 가족 중 확진자가 생기면 온 가족이 격리 대상이더니 지금은 확진자 동거인의 자가격리 의무화가 없어졌다.
결국 못살게 군다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틀어막던 정부가 오는 9일 대선을 앞두고 약 한 달 전부터 방역 태세를 급격히 느슨하게 했다. 정부 스스로 ‘선거용 방역’이란 의심과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정부는 확진자 폭증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코로나19의 순한 ‘오미크론 변이’에 적응하는 ‘엔데믹화(endemic化 독감처럼 유행성 감염질환으로 관리)’에 들어갔다고 항변하지만 이제 마스크를 쓰는 것만 제외하고 확진자를 제외한 아무나 어느 곳이든 드나들 수 있게 됐다. 이러다간 거리 전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확산될 ‘가족 전파’를 어떻게 감수하려는지 모르겠다.
결론은 자영업자의 표를 의식한 ‘선거용’ 정책 변화가 일어났다고 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 자영업자는 560만명 정도가 된다. 전체 경제인구의 20%를 약간 넘는다. 자고로 국내 역대 선거에서 자영업자, 서울과 충북을 잡지 못하면 이긴 적이 없다고 한다.
정부는 선거를 앞두고 지난 2월 23일부터 자영업자(소상공인)에 2차 방역지원금 300만원씩을 지급했다. 1차 방역지원금(2021년 12월 27일부터 100만원씩)보다 대상도 많고 금액도 많다. 게다가 1차 때에는 거의 한달 후에 지급되더니 2차는 며칠 만에 통장이 들어왔다. 사실상 자영업자에 대한 매표 행위나 다름 없다. 물론 방역지원금을 받고 여당 후보를 찍지 않아도 되지만 인지상정이라는 게 그렇지 않다.
여당은 2020년 4월 총선 때에도 전국민 재난지원금 명목으로 180석이 넘는 국회 의석을 차지하는 쏠쏠한 재미를 봤고 2021년 4월 재보궐 선거에서도 재난지원금을 풀어 효과를 봤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도 지난달 26일 방역지원금 최대 1000만원 즉시 지급, 손실보상률 100% 보장, 채무 재조정(채무 삭감 또는 면제) 등을 골자로 하는 자영업자 소상공인 대책을 제시했다. 결국 국민에게 선거는 자주 할수록 좋은 것이며, 선거 때마다 뭐 ‘공돈 생기는 게 없나’하는 요행심만 불러일으키게 생겼다.
정부가 한 달 전까지 방역패스를 강력하게 밀어붙인 것은 미접종자의 감염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방역을 느슨하게 하면서 지난 1월 4510명이던 전체 영유아 국내 코로나19 환자는 2월 5만9071명으로 13배 폭증했다. 인구 100만명 확진자 수도 3188명으로 OECD 주요국 중 가장 많았다. 독일(1268명), 일본(572명), 미국(146명)을 크게 앞질렀다.
코로나19의 엔데믹화는 이제 시작이다. 보건 전문가들은 하루 확진자 수가 45만명에 이르는 정점에 도달한 뒤 한 달 정도 시간이 흘러야 거리두기까지 해제하는 일상 회복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앞으로 한 달 내지 두 달을 견뎌야 하는 데 정부는 오히려 5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약 2주간 사적모임 인원은 6명으로 유지하되, 식당·카페 영업시간은 오후 11시까지 1시간 연장하기로 했다. 기왕 엔데믹화에 진입하기로 했으나 방역 고삐를 더 풀어보자는 전략인데 이런 모험이 성공할지 우려스럽다.
거꾸로 가는 방역 정책에 혼란스럽다. 선거에 휩쓸려 그동안의 원칙을 순식간에 허물어뜨린다는 게 더 불안하게 만든다. 누적된 민생경제의 손실을 지금부터라도 해소하기 위해 현행 거리두기 지침을 조기에 완화하겠다는 것인데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정부의 돌변은 ‘선거를 의식한’ 현 정부의 ‘총동원’이자 간접적 선거개입이 아니라 보기 힘든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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