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05 12:10:58
코로나19 무료 선별검사를 독려하는 질병관리청 포스터
지난 12월초 기자의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에 한 학부모 아버지가 코로나19에 걸려 어린이들은 물론 같이 거주하는 모든 식구들이 전수 조사하라는 ‘명령’이 내려왔다. 음성 판정 증명을 보내지 않으면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등원시키지 않겠다는 통보였다.
당시에 코로나19 환자가 급증세라 무려 2시간이나 기다려야 PCR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검사 대기자 간격을 띄운다 해도 한계가 있고, 거리두기에 둔감한 사람들이 자꾸 다닥다닥 붙이는 바람에 오히려 검사받다가 코로나19에 걸릴 위험이 더 높을 것 같은 걱정이 더 컸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진단 검사 건수는 코로나19에 대한 걱정이 극성인 지난 연말의 경우 하루 약 45만건에 달했다가 이달 4일엔 23만4130건으로 줄었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 초기에 2만건이었던 것에 비하면 최근 작게는 10배, 많게는 20배 이상 늘었다.
12월 30일부터 1월 5일까지만 본다면 하루 평균 4106명의 양성 판정자가 나왔으니 이를 23만4130명으로 나눠보면 100명당 1.75명 꼴이다. 대체로 최근 한 달 간 100명 검사 당 0.5~1.75명꼴로 확진자가 나온 셈이다. 피검자 수가 늘면 분모가 커져 양성 판정률이 낮게 나오는 게 당연하다. 반면 유럽은 감염 의심자를 선별해서 검사하기 때문에 양성률이 10%로 높게 나온다.
이렇게 된 이유는 검사 비용이 싸기 때문이다. 5명의 혈액샘플을 한 시험관에 넣고 돌려 검사하는 이른 바 풀링(Pooling, 취합검사) 방식을 쓰면 검사단가가 1회당 약 1만5000원 선으로 떨어진다. 풀링이란 여러 검체를 한꺼번에 검사하고 만약 양성이 나오면 다시 5명 샘플을 개별검사(단독검사)해 누가 양성인지 알아내는 것이다. 검사 속도를 높일 수 있을 때 유용하지만, 양성률이 5% 정도만 넘어도 효율성이 확 줄어들 수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무의미한 검사가 남발되고 있고 검사 비용으로 세금이 축나고 있다.
무분별한 검사에 하루에 35~67억원, 연간 2조원 예산 낭비 … 일본처럼 의사 진료 후 무료검사 해줘야
하루에 나가는 PCR 검사비용으로 나가는 정부 및 지자체 지출만 하루에 대략 35~67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진단업계에 따르면 정부 실세와 가깝다는 S업체와 이름값이 있는 C업체가 이 시장의 80% 이상을 과점하고 나머지 수십개 업체가 조그만 점유율을 가지고 다투는 형국이라고 한다. 업계에서는 S업체가 여권에 대선 등을 앞두고 정치자금을 대고 있을 것이란 소문이 무성하다.
오미크론 변이가 나타나자 진단업계는 오미크론 감별 진단키트 개발에 나섰다. 오미크론은 기존 코로나19 키트로도 음성, 양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지만 오미크론 변이인지 아닌지는 새로운 키트 개발이 필요했다. 그런데 오미크론 진단 감별을 이번에는 K업체가 독차지했다. 질병관리청이 일종의 ‘수의계약’ 형식으로 임의 선정한 것이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 공식 허가를 얻어 오미크론 진단키트를 시판하려던 업체들이 ‘닭 쫓던 개 신세’가 됐다. 질병관리청은 국내 모든 오미크론 감별 검사를 허가 제품이 아닌 K업체의 실험실(Lab) 인증을 통해 독단으로 한 곳에 몰아줬다.
당연히 S업체나 C업체를 비롯한 진단업계가 정부기관과 기업의 유착이라고 반발했으나 한번 내린 결정이 번복될 리 없었다. 질병청의 번복은 곧 스스로 명분이 없음을 인정해버리는 자해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검사를 임시검사소에 무료로 받으면 자기부담은 0원이 되고, 일반 병의원에서 비급여로 검사 받으면 8만원, 대학병원에서 받으면 10만원이 넘는다. 출국을 위해 증명이 필요한 검사를 받는 경우에는 10만~15만에 달한다. 물론 지방이나 박리다매를 추구하는 병의원은 3만~6만원을 받는 곳도 있다고 한다.
코로나19 검사의 급여기준 가격은 6만3000원 안팎이다. 중증 응급환자에는 100% 급여가 적용되지만 경증 응급환자에게는 50%만 급여가 적용된다. 따라서 선별 검사소에서 이뤄지는 무료 검사는 엄청난 특혜이고, 이에 대한 남발은 자원낭비이며 불필요한 의료행위다. 굳이 증상이 없는데도 무료라고 해서 콧속이 찔리는 고통을 감내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무증상 감염자가 많다는 이유로 사실상 직장이나 학교, 유치원, 어린이집 등에서 사실상 PCR 검사를 강권하고 있다. 그러나 검사 남발을 적어도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요양병원, 해외 입국자 관리 등에는 선별검사가 필요하지만 근거도 없이, 증상도 없이 자기의 불안을 덜기 위해 무료로 받는 선별검사는 자제돼야 한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이를 시정하려는 대책이 오미크론 변이의 위험성이 어느 정도 결론이 나고, 전국민이 부스터샷(기초 접종 후 추가접종, 얀센백신을 제외한 백신의 3차 접종)이 70% 수준을 넘는 시점에 나와야 할 것이다.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지자체에서 자꾸 학부모와 아이들의 임시 선별검사 건수를 늘려서 양성 판정자를 조기에 발견하라는 지침을 준다고 한다. 임시 선별검사의 재원은 대략 중앙정부(건강보험 재정)에서 절반, 지자체에서 절반을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음모론적’ 시각에서 검사 건수를 늘려 특정 진단업체의 배를 불려주고 그 수익의 상당 부분이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제발 그렇지 않기를 바란다. 하루에 50억원만 잡아도 무료 검사에 드는 연간 비용은 1조8000억원이 넘는다.
일본은 지난해 봄까지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코로나19 진단자 수를 줄이기 위해 일부러 검사 수를 억제했다는 비판을 받은 적도 있다. 일본은 PCR 검사에 20만원(2만엔) 정도가 든다. 특별한 증상이 없는데 검사를 받을 경우다. 증상이 있어 의사가 검사를 권고하거나 밀접접촉자일 때만 무료 검사가 가능하다. 한국처럼 원하면 누구나 무료로 검사받는 시스템이 없다. 무료 검사에 병원 진료비가 드는 허들을 만들면 무증상 감염자가 늘어나는 위험도 있지만 무분별한 검사로 재정이 낭비되는 것을 절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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