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03 01:51:05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차기 대통령 후보. 출처 이재명 후원회 홈페이지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의 부인인 신경정신과 전문의 강윤형씨는 지난달 20일 매일신문과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일컬어 “소시오패스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강씨는 “(이 후보는) 지킬과 하이드, 야누스라기보다는 소시오패스나 안티소셜 경향을 보인다”며 “반사회적 성격장애라고 하는데 자신은 괴롭지 않고 주변이 괴로운 것이어서 치료가 잘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 후보가 ‘사이코패스냐, 소시오패스냐’는 갑론을박이 있었다. 엽기적 살인사건의 범죄자에 대한 논평적 기사에서 으레 나오는 테마인데 이번에도 다시 한번 집중을 받았다.
흔히 이런 기사들에서 사이코패스(psychopath)는 타고난 것이라 교화가 어려운 반면 소시오패스(sociopath)는 훈육으로 개선될 여지가 큰 만큼 가정과 학교, 사회가 나서 다잡아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이코패스는 ‘유전’의, 소시오패스는 ‘환경’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사이코패스는 타고 나며 소시오패스는 길러진다고 양분해서 알려준다. 우리말로 번역한다면 사이코패스는 반사회적 인성장애, 반사회적 사회성장애다. 전자는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공감 능력이 결여된 정서 마비 상태를 뜻한다. 후자는 문제의 행위가 범행임을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자행한 뒤에는 그 원인을 ‘사회 탓’ ‘환경 탓’으로 돌리는 게 특징이다. 사이코패스가 우발적이고 더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는 반면 소시오패스는 지능적으로 교묘하게 계산된 음흉함을 범죄를 통해 그려낸다.
그러나 특정인의 범죄 성향을 둘 중 하나로 단정하긴 어렵다. 이분법적 구분은 이해하기야 쉽지만 실제 현실에서 칼로 무 자르듯 명확한 것은 없다. 대체로 복합돼 있고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 중 어떤 성향이 더 심한지를 어렴풋이 가늠해볼 뿐이다. 이런 것을 명확하게 알기 위해 지금도 많은 정신의학자들이 나서고 있으나 해답은 뾰족하지 않다. 마땅한 치료법도 없다.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는 그 경계가 모호하다”며 “둘 다 반사회적 인격장애(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 ASPD)의 범주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북미 의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에 약 1%의 사이코패스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은 우발적인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높으므로 재수 없게 이런 사람과 얽히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일반인은 알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소년공으로서 가난과 폭력에 시달리다 거기서 헤어나기 위해 독학으로 사법고시를 패스, 이른바 ‘민권 변호사’가 돼 이름을 알려 성남시장, 경기도지사를 거쳐 집권당의 대선 후보까지 올렸다. 그 슬픈 이력에 공감한 많은 사람들이 지난 대통령 선거 때에는 문재인을 제치고 후보가 되길 바랐건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이게 우리 국민에게 다행이었을까, 불행이었을까.
이번에 성남 대장동 민간특혜 개발사업 비리와 관련, 이 후보는 수없이 말을 바꿨다. ‘내가 관여하지 않았다’ ‘내가 한 일로 민간에게 돌아갈 이익을 상당 부분 성남시로 되돌렸다’ ‘유동규 전 경기관광공사 사장이 측근이 아니다’ ‘측근인데 그렇게 배반할 줄 몰랐다’ 등으로 입장을 번복했다. 한 때는 “성남시장으로서 설계한 업적”이라고 자랑하더니 지금은 ‘국민의힘 게이트’라며 당당하게 발뺌하며 역공하고 있다.
의사윤리상 강윤형 씨가 의사의 전문가적 권위를 이용해 특정인의 정신상태를 직접 감정해보지 않고도 운운하는 것은 분명 잘못이다. 직접 감정해보지 않고 정신분석 예상치를 내놓는 것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에겐 금기시된다. 그래서 정신과 의사들은 기자의 취재에 익명을 요구하거나, 아주 조심스럽게 뉘앙스만 던지는 답변을 해준다. 설령 분석을 해봤다하더라도 본인의 동의 없이 공개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이자 개인정보보호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이 후보는 공인이다. 그래서 정신감정을 받아야 할 마땅한 대상이 된다. 물론 본인이 동의하면 못하는 게 당연하지만 경쟁 후보나 언론이 특정 후보의 정신 상태에 대해 논하고 지적할 권한과 책무가 있다.
독일 나치 정권의 아돌프 히틀러, 구 소련의 이오시프 스탈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죄다 정신적인 문제가 있었다. 앞의 두 사람은 편집증과 잔혹성, 열등감에 숨겨진 가학성으로 대량학살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자행했으며 트럼프도 극단적 사고와 거친 언행으로 사회갈등을 증폭시켰다. 따라서 독재자의 등장을 막기 위해 출마자의 정신감정을 할 수만 있다면 언론이든 전문가든 하는 게 좋다.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는 크고 작은 거짓말이나 허언을 밥 먹듯이 한다. 느물느물거리며 허풍을 떨기도 하고, 과시욕이 넘친다. 지금 이 순간 나의 목표 달성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남의 상처나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반면 자신에 대한 모욕과 경멸에는 언젠가는 앙갚음한다는 복수심에 차 있다. 이들은 두꺼운 얼굴과 매끄러운 말투로 사기꾼 기질이 다분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주변 반경 수십 km의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특혜사건에 대한 언론의 어떤 지적에도 천연덕스럽게 자신은 아무런 연관성도 없다며 대응하고 있다. 과거에 민주당 중심의 현 집권세력은 젊은층, 여성, 호남을 기반으로 고정표를 확보해왔다.
그러나 지금 20~30대는 불공정, 느물느물하며 대충 넘어가려는 태도를 못 참는다. 새치기 같은 반칙이나 편법,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보여준 ‘내로남불’ 행태를 아주 싫어한다. 개인주의적이고 투지가 약하다는 젊은층이지만 불공정, 거짓, 후안무치에 대해서는 기성세대보다 더 단호하게 응징한다. 이를 감안할 때 과연 이 후보가 내년 대선에서 젊은층으로부터 얼마나 표를 얻을지 궁금해진다. 최근 젊은층의 지지도는 과거 민주당 우세에서 국민의힘 상승으로 전환되는 중이다.
이재명 후보는 어려웠던 성장 환경 탓에 이를 극복해내는 과정에서 더 단단하게 무장됐고 자신의 흠결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합리화하는 체질이 형성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여당은 물론 야당도 정치판에서는 ‘한번 밀리면 끝없이 밀린다’며 잘못된 정책이나 과오에 대해서는 반성하려 들지 않는다. 정치는 명분 싸움이라 이런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사건 방어 자세는 진실한 사과나 반성이 없다. 이를 받아들이는 순간 내가 죽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절할 만큼 슬픈 면이 있다.
지난주 노태우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역대 대통령의 비극적인 말로를 볼 때 최고 권좌에서 내려오면 피의 보복을 당하길 은근히 즐기는 심성이 우리 내면에 존재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어쩌면 우리 안의 사이코패스 또는 소시오패스를 정치인을 향해 분출하며 비판만 할 뿐 스스로 거기에서 멀찍이 벗어나려 노력하지 않는 게 잠재돼 있지 않는지 곰곰 곱씹어본다. 반사회적 인격장애는 고칠 수도 없다는데 이에 해당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국가가 더욱 분열되고 안보와 경제가 흔들릴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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