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11 00:30:29
대표적 배달알선 포털인 ‘배달의 민족’ 광고 이미지
새벽 2~3시에 퇴근하다보면 그 시간에도 배달을 위해 질주하는 오토바이가 있다. 출출하니 족발, 치킨 같은 것을 시켜먹는 가정이 많은가보다. 이른바 ‘먹방’들이 식욕을 유혹하고 ‘정신적 허기’에 저절로 음식이 손이 간다.
야식증후군(야간식이증후군, Night eating syndrome)은 저녁 7시 이후 식사량이 하루 전체 식사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증후군은 비만, 혈압상승, 당뇨병, 우울증을 유발 또는 악화시킨다. 만성화된 야식증후군은 위염과 부종을 야기한다.
아울러 암 발생도 늘릴 개연성이 있다. 늙고 병든 세포는 세포자살이나 자가포식 등을 통해 저절로 소멸되는데 야식을 통해 고영양분을 제공하면 변이를 일으켜 암세포로 변화될 가능성이 이론적으로 충분하다.
더욱이 위생상태 불량, 고열량에 중성지방·트랜스지방 범벅 덩어리인 배달음식의 본질을 생각하면 국민건강이 심히 우려스럽다.
배달 오토바이의 과속과 위험한 질주를 생각하면 저렇게 ‘탁한 기운’을 담은 음식이 제대로 소화돼 몸에 좋은 영향을 끼칠지가 늘 걱정거리다. 게다가 신속한 ‘단건배달’ 경쟁으로 1만원짜리 짜장곱배기를 팔면 중국집 사장님은 겨우 5070원을 갖고 나머지는 배달중개업체, 카드사, 정부(부가세)가 가져간다. 이런 억울함을 생각하면 과연 음식점 주인이 정성 담긴 음식을 만들까 싶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중국요리, 피자, 치킨 정도만 배달을 시키더니 지금은 배달이 안 되는 게 거의 없다. 족발, 생선회, 설렁탕, 냉면, 아이스크림 등등. 만날 티격태격하는 필자 내외가 유일하게 통하는 게 바로 배달음식을 안 시켜먹는 것이다. 딱 두 번 손님이 와서 생선회와 중국요리 코스를 시킨 게 전부다.
요즘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배달을 시켜먹는 가정이 더 늘었다. 배달음식 주문량이 3년새 6.4배로 폭풍 성장해 작년 시장규모가 17조원에 달했다고 한다.
배달음식은 쓰레기를 양산한다. 스티로폴 용기, 알루미늄 포일, 나무젓가락, 플라스틱 수저, 비닐 랩, 필름 상자 또는 비닐 봉지 등이 엄청나게 나온다. 게다가 기름기 등이 묻어 보기에도 안 좋고 오래 두면 냄새가 나고 재활용하기에도 어렵다.
코로나19로 음식점 경기가 나빠지면서 일반 식당음식도 양이 줄었다. 배달로 인해 손해보는 것을 내방하는 손님에게 전가하는 느낌이 든다. 배달음식뿐만 아니라 일반 식료품이나 잡화도 인터넷으로 구매하다보니 점차 주문가격은 높아지는데 편리함에 길들여져 이제 소비자들이 점차 가격에 대한 감각은 무디어지고 저항심을 잃어가고 있다.
이러니 누군가 나서 배달감축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살기 어린 오토바이 라이더의 위험 질주만 떠올려도 저절로 배달을 줄이고 싶지 않을까? 가끔 이런 상상을 한다. 배달음식을 시켰더니 쌩쌩 무법천지로 달리던 오토바이가 내가 아는 사람을 치었다고 가정해본다.
건강, 안전, 환경보전, 경제적 소비, 훈훈한 인간미 등을 생각해보면 배달음식은 가히 좋은 게 별로 없다. 그러나 편리함에 길들여진 생활패턴과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접촉 권장으로 제동을 걸 모멘텀이 없다. 아파트문에 달린 조그만 구멍을 통해 음식 온 것을 확인하고 카드를 긁고 다 먹고 나서는 몹쓸 쓰레기처럼 버려대는 이 악순환을 어떻게 되돌릴 것인가. 지구가 아프고, 자영업자의 상심이 깊어지고, 라이더의 목숨이 위태위태하다. 오로지 승자는 배달알선 포털 밖에 없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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