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전환되는 ‘화장비누’, 2021부터 더 까다롭고 안전하게
2020-12-11 18:13:30
공산품 흑채·제모제와 함께 전성분 표기 의무화 … 2인 이하 사업장 안전성 정보 정기보고 대상 제외
새해엔 화장비누 관리가 까다로워질 예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공산품 등에서 화장품으로 전환된 화장비누(고형비누)·흑채·제모왁스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시행했던 계도기간을 이달 31일 종료한다고 지난달 19일 밝혔다.
이에 따라 2021년 1월 1일부터 화장비누·흑채·제모왁스를 제조·수입하려면 화장품 제조업자·책임판매업자로 등록하고 화장품법에 따른 안전기준, 품질관리 기준 등을 준수해야 한다.
화장품으로 전환되는 화장비누는 얼굴을 씻는 용도의 고형비누다. 세탁비누는 해당되지 않는다. 손이나 몸을 씻는 핸드워시, 보디워시 등은 이미 세정용 제품류로 분류돼 화장품에 속한다.
흑채는 머리숱이 없는 사람이 빈모(貧毛) 부위를 채우기 위한 용도로 머리에 뿌리는 검은색 고체 가루 형태의 물질이다. 제모왁스는 물리적으로 체모를 제거하는 제품을 말한다.
내년부터 바뀌는 이같은 화장품 제도는 2016년 11월 정부합동으로 발표한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대책’에 따른 것이다. 이어 식약처는 2018년 10월 화장비누·흑채·제모왁스를 화장품으로 전환하고 제조판매관리자 자격기준 개선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화장품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들 제품은 지난해 12월 31일부터 화장품으로 분류가 바뀌었으며 식약처는 재분류와 함께 소상공인의 적응을 위해 1년의 계도 기간을 운영했다. 이전까지 화장비누는 공산품, 흑채와 제모왁스는 비관리 품목이었다.
전환 배경에는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있다. 1994년부터 2011년까지 판매된 가습기 살균제로 이용자가 사망하거나 폐 손상 등 심각한 질병으로 피해를 입은 사건이다. 이를 계기로 인체에 직접 닿는 제품의 안전관리가 강화되고 있으며 화장비누·흑채·제모왁스의 화장품 전환도 이에 따른 것이다.
앞으로 이들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은 화장품제조업 시설기준을 준수해야 하며 수입·판매하기 위해서는 품질관리 및 안전관리를 담당할 관리자를 고용해야 한다. 또 사용금지·제한 원료에 관한 기준을 준수하는 등 품질관리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의약품 등으로 소비자가 오인할 우려가 있는 광고행위도 철저히 금지해야 한다. 법을 위반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는 화장비누를 간단히 랩핑만 해서 판매할 수 있었지만 화장품법의 적용을 받는 내년부터는 비누의 전성분 표기가 의무화된다. 또 식약처는 비누 특성을 고려해 건조중량과 수분중량을 함께 기재하도록 했다.
화장품을 판매하는 대기업은 이미 화장비누를 화장품 생산시설에서 제조하고 있어 큰 영향이 없다. 문제는 이들 제품을 취급하는 상당수가 1인 공방 등을 운영하는 영세사업자라는 점이다. 제조시설과 시스템을 자체를 화장품법에 맞게 변경하려면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한다. 소규모 비누공방 등은 제품을 소량만 제조하더라도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것이라면 반드시 화장품 제조업으로 등록해야 한다. 식약처에 따르면 제도 변경 후 최근까지 소규모 시설 화장비누 관련 업체가 1200여건의 화장품 제조업 및 화장품 책임판매업 등록을 마쳤다.
식약처는 이들 영세사업자를 배려해 반기별 안전성 정보 정기보고 의무를 면제해줬다. 지난 6월 23일 화장품법 소규모 화장비누 영업자에 대한 반기별 안전성 정보 보고 의무를 면제하는 등 내용을 담은 ‘화장품 안전성 정보관리 규정’ 일부 개정고시를 공포했다. 이에 따라 상시 근로자수가 2인 이하로 ‘직접 제조한 화장비누만’을 판매하는 화장품 책임판매업자는 화장품 안전성 정보 정기보고 대상에서 제외한다.
또 ‘화장품의 색소 종류와 기준·시험방법’ 일부 개정고시(안)을 통해 종전에 공산품으로서 화장비누에 사용하던 색소 2종을 화장품으로 전환된 이후에도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색소 목록에 추가했다. 이에 따라 ‘피그먼트 자색 23호’와 ‘피그먼트 녹색 7호’가 화장품 색소 목록에 신규 등재돼 화장비누에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제조·판매자는 다소 번거로워졌지만 소비자는 입장에서는 더 안전한 성분으로 만든 제품을 사용할 수 있어 긍정적이다. 제품이 화장품으로 분류되면 앞으로는 ‘화장품 색소 종류와 기준 및 시험방법’ 에 고시된 성분만을 색소로 사용해야 한다. 고시되지 않은 색소를 사용하려면 ‘화장품 원료 사용기준 지정 및 변경 심사 가이드라인’ 에 따라 고시에 등재가 필요하다. 확실히 검증된 원료로만 제품을 제조하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소규모 비누공방의 경우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면서 시설 및 비용 부담이 크게 발생하지 않도록 다소 완화된 기준을 적용한다”며 “무등록 영업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계도기간 안에 등록을 마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규정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해당 제품을 수시 또는 정기적으로 감시하고, 제품을 수거 검사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순조로운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책임판매관리자 자격을 전문교육 이수만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했다. 화장품 책임판매관리자 교육은 대한화장품협회,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등이 주관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집합교육을 비대면(온라인) 교육으로 대체 운영하고 있다.
김신혜 기자 ksh@healt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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