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호의 까칠 건강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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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딸 입시특혜 논란에 체념한 서민·중산층, 그래서 더 슬프다
입력일 2019-09-14 16:35:41 l 수정일 2019-09-16 16:20:50
정시확대, 자소서 비중확대, 학생부 객관화, 입시사정권제 폐지, 수능 변별력 향상 등 필요

정종호 헬스오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논란은 한동안 열기가 식지 않을 전망이다. 사실 삶에 바쁜 대중이나 애써 정치와 거리를 두려는 식자층들은 조국이란 인물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그저 TV화면에 문재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수행하고 활발하게 참모 또는 각료들과 대화하고, 과도한 제스처를 써가며 스킨십을 할 때 그저 ‘실세’인가보다 싶었다.

어느 칼럼니스트는 조국의 처신은 450여년 전 같은 창녕 조씨 문중의 대학자 남명(南冥) 조식(曺植)과 대비를 이룬다고 비판했다. 조식은 사화와 외척의 발호로 어지러운 시대에 조정에 나가기 어렵다고 물리친 반면 조국은 과반수 이상의 거부감에도 자기만이 사법개혁의 적임자라며 사퇴 여론을 비켜나갔다. 또다른 칼럼은 정조 즉위 초반 정국을 주도한 홍국영이 임금만 믿고 독단을 행하다가 결국 내쳐진 전례를 조국에 갖다대고 있다.

오래 전 조상의 사례를 빚대거나 문 대통령 친위대장 같은 조국을 한 때 정조의 행동대장을 자임한 홍국영과 비교한 게 적절한지 모르겠다. 오히려 기자가 지금의 정치판을 염오하게 되는 것은 여권 세력의 조국 옹호발언이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조국의 딸 조민이 쓴 논문이 ‘논문이 아니라 에세이’라고 해 어이없게 만들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조 후보자에게 제기된 언론의 의혹을 “집단 창작”이라며 “조국만큼 모든 걸 못 가진 기자들이 분기탱천한 것”이라고 조롱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 나온 여당 청문위원 대부분이 조국 엄호 사격에 가담했다. 낯부끄러운 일이다. 

조국 사태와 관련, 다수의 국민들이 왜 분노하는가. 결국은 명문대에 들어갈 대입 스펙을 만들어줄 수 없고, 꿈도 꿔보지 못한 서민 부모 등 대중들이 자신의 처지를 조국과 비교해보니 한심스럽고 박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의 입시제도의 불공정성과 불투명성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장관으로 재임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그가 1998년 무시험전형 확대를 골자로 한 대입개혁안은 ‘특기와 개성, 창의력만 있으면 공부 안 해도 대학 갈 수 있다’는 그릇된 환상과 공정하지 못한 대입 루트가 뿌리박게 하는 단초를 제공했다. 서울대 이공계 학생들이 수학과 과학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게 대표적인 예다.

학종(학생부종합전형: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또는 생기부)에 기록된 교과목 내신성적과 봉사활동·동아리활동·교내 수상 경력 등 비교과 부문 내용, 자기소개서 등을 토대로 학생을 선발), 자소서(자기소개서), 학생부(학교생활기록부, 또는 생기부, 일명 내신), 입학사정관제, 수시 확대로 대변되는 복잡다단한 입시제도는 경제력과 시간이 충분해 이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부모가 상대적으로 자녀를 쉽게 대학에 보내는 현대판 ‘음서제’로 전락한 지 이미 오래다. 

이런 제도의 불공정성은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심화됐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불공정성에 대해 순응해버린 민초 부모들이 저항할 생각조차 않는 것이다. 이 또한 경제력과 투쟁할 시간과 용기가 없어서일 것이다. 고1 여학생을 둔 중위 계급의 친여 성향의 아버지(51)는 “빽 쓸 수 있는 것도 실력인데 내가 그렇게 못한다고 조국을 욕할 수 있냐”며 체념하는 발언을 했다.

교육의 불공정성이 이렇게 훼손되도록 교육계, 특히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가 방치하고 있는 것은 그들이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엄혹한 세월을 이겨내며 무엇을 위해 투쟁했는가 하는 명분을 상실하게 만든다. 교권을 스스로 붕괴시키고 공교육이 망가지게 한 것에도 전교조의 책임이 크다.

비록 형식적이었을지 몰라도 1980년대까지는 분명 학습진도가 느린 저학력 학생을 방과 후에 남겨 가르치려는 교사들의 의지가 있었다. 하지만 요즘 교사는 ‘칼퇴’다. 방학엔 러시아나 유럽으로 한달 동안 여행을 다니며 오롯이 자기를 위한 삶을 산다. 

제2의 조국이 없어지려면 ‘물수능’이란 비판을 듣는 수능시험의 변별력을 높여야 한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초까지 히트를 쳤던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입시 컨설턴트가 판치지 않도록 대입제도를 심플하게 개선해야 한다. 가급적 교과서를 두껍게 만들고 학교에서 지금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쳐야 한다. 학교의 교육량이 적어, 교사가 못 미더워 방과 후 학원을 전전하는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 

“대입 제도 전반을 재검토하라”는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와 관련, 전교조는 벌써부터 ‘정시 비중을 늘리고 수시 비중은 늘리는 것은 답이 아니다’고 대응하고 있다. 교육부는 자소서 축소, 학생부 공정성 개선 등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개선하려다 상처가 덧나 자칫 개악이 될지 우려부터 나온다. 이런 불신을 어찌할 것인가. 

정종호 기자·약학박사 help@healt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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