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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형물 지고 필러 뜬다, 음지서 양지로 나온 ‘남성수술’ 변천사
입력일 2019-09-16 15:10:23 l 수정일 2019-09-18 18:16:59
부작용 부담에 보형물 사장, 진피이식에 필러 병행 대세 … 필러 100% 맹신은 일러

무리한 음경확대술로 혈관이 많이 모여있는 귀두 부위에 필러가 들어가면 피부괴사 등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다.

남과 비교하기 좋아하는 한국인은 유독 음경 ‘왜소콤플렉스’를 가진 남성이 많은 편이다. 음경왜소콤플렉스는 정상 크기의 음경을 갖고 있고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 음경이 작다고 판단해 고민에 빠지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동양 남성들의 평균적인 음경 길이는 약 7cm이며, 발기 상태에선 11cm까지 늘어난다. 음경 길이가 4cm 미만이면 음경왜소증으로 진단한다. 음경왜소증은 기능적인 문제가 없지만 자신감 저하 등 심리적인 영향을 줘 질병으로 분류된다.

발기한 음경 길이가 7cm만 넘으면 성관계 만족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여성이 흥분을 느끼는 신경세포가 외음부 입구에서 약 5~6cm 떨어진 곳에 많이 분포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점차 성문화가 개방되고 수술법이 발전하면서 음경 크기가 정상인데도 음경성형술(음경확대술)을 받는 남성이 늘고 있다. 음경성형은 가장 먼저 이뤄진 보형물 삽입에서 진피이식으로 대체됐다가 최근 필러주사와 진피이식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점차 변화하고 있다.

흔히 음경확대술이라고 하면 음경 길이를 연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음경 둘레를 굵게 만드는 수술이다. 음경 길이를 늘이는 음경연장술은 음경 길이가 과도하게 짧은 함몰음경인 환자에 한해 치골 부위에서 음경을 고정하고 있는 현수인대와 주변 조직을 박리해 함몰된 음경을 밖으로 꺼내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즉 음경연장술은 미용적 목적이 아닌 음경왜소증이나 함몰음경 같은 병적 상태를 치료할 때 선택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1990년대 이전까지 음경성형은 음지에 머물러 비전문의의 무허가 시술이 암암리에 이뤄졌다. 이로 인해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바셀린이나 파라핀 등을 음경에 주입했다가 부작용을 겪는 사례가 적잖았다. 바셀린, 파라핀 등은 음경피부나 피하의 혈류를 방해해 피부괴사 또는 궤양을 유발하거나, 발기부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후 의학적인 시술법이 자리잡으면서 실리콘 보형물을 이용한 음경성형이 도입됐다. 이 방법은 고리 형태의 단단한 고체 성분 보형물을 반지 끼우듯 삽입해 음경의 볼륨감을 키우는 것으로 시술과 제거가 간편하고 음경 크기와 강직도를 눈에 띄게 개선한다. 하지만 체내 거부반응에 따른 부기, 염증, 통증 등 부작용 우려가 있었다. 또 외형상 눈에 띄어 성 파트너가 거부감을 갖거나, 관계시 통증을 호소할 수 있어 최근 시술 빈도가 급감하는 추세다. 소장파 의사들의 술기가 미숙해 이를 기피하는 경향도 있다. 

1994년 대한비뇨기과학회 학술대회에서 처음 발표된 이후 지금까지 주류 수술법으로 자리잡은 진피이식은 음경 몸체를 진피로 감싸듯이 둘러 음경을 굵게 만든다. 진피는 피부 겉면인 표피 아래에 위치한 두꺼운 피부층을 의미한다. 피시술자의 신체에서 떼어낸 자가진피, 다른 인간의 신체조직으로 제조한 동종진피, 인체에 무해한 성분으로 만든 대체진피 등으로 구분된다.

초창기엔 자연스럽게 생착되는 자가진피가 선호됐지만 진피를 떼어내는 과정에서 통증이 나타나고 흉터가 남는 문제가 있었다. 이후 몸에서 떼어낼 필요가 없는 동종진피가 사용되다가 다소 비싼 비용과 부족한 공급량이란 한계에 부딪혀 대체진피로 바뀌어가는 추세다. 

진피이식은 이물감이 적고 보형물에 비해 안전하고 음경 형태가 자연스러운 게 장점이지만 진피 자체가 두껍지 않기 때문에 확대 효과 자체는 조금 떨어지는 편이다. 이로 인해 최근엔 기존 진피이식에 필러시술을 병행해 확대 효과를 높이는 시술법이 이뤄지고 있다.

필러시술은 음경 피부층 아래에 주사로 필러를 주입해 음경 크기를 확대한다. 피부를 절개하지 않아 통증과 부담이 적고 10분이면 수술이 끝나 간편하다. 젤 형태의 필러를 필요 부위에 원하는 양만큼 주입할 수 있어 시술 후 자연스러운 상태를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

단 필러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확대 효과가 조금씩 사라져 반복시술이 필요한 게 단점이다. 보통 2년 이내에 주입한 필러 물질의 70~80%가 흡수돼 재수술이 요구된다. 히알루론산(HA) 성분의 필러보다 흡수율이 적은 물질 중 안전성을 입증받은 것은 아직 없다. 또 혈관이 모여 있는 귀두에 필러가 들어갈 경우 피부가 괴사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비뇨의학과 전문의들은 음경성형술이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며 필러시술법의 발전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정병수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 학술위원장(스타비뇨기과 원장)은 “그동안 음경확대수술은 음성적 수술로 인한 합병증 치료만 의료의 영역으로 여겨졌다가 합법적인 조직내 물질이 개발되면서 제도권 내 들어오게 됐다”며 “2016년 히알루론산 필러를 이용한 음경확대술이 비뇨의학과 교과서에 실린 이후 부작용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술 건수가 늘면서 국내 기업들도 음경확대 전용 히알루론산 필러를 출시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음경확대 필러로 허가받은 제품은 청화메디파워의 ‘라이펜(2009년)’, 리젠바이오텍의 ‘파워필(2014년)’, 휴젤의 ‘더채움 SHAPE10(2017년)’, 한미약품의 ‘구구필(2018년)’, 메디톡스의 ‘포텐필(2019년)’ 등이다.

정병수 원장은 “필러는 남성수술 외에도 전립선암수술 부작용인 남성 요실금이나 방광요관역류에도 사용할 수 있어 향후 비뇨의학과 질환 치료에 새로운 옵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두건 고려대 구로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음경확대술은 콤플렉스가 있는 남성이 받는 부끄러운 시술이 아니라 건강한 성생활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당당하게 받을 수 있는 의료행위라는 인식 전환이 선행돼야 음성적인 불법 시술을 근절할 수 있다”며 “정부와 관련 학회가 협력해 대대적인 인식전환 캠페인을 벌이고 불법 시술을 근절할 수 있도록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심지성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무리한 남성수술은 감염, 피부괴사, 발기부전 등 부작용을 일으키고 심할 경우 아예 성생활을 포기해야 하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며 “최근 많이 시행되는 필러시술도 부기, 염증 등 부작용에 대한 안전성이 아직 100% 입증된 게 아니어서 시술 전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한 뒤 심사숙고해 수술을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정환 기자 superstar@healt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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