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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만 마주쳐도 감염? 사망자 6500만명 예측? ‘우한 폐렴’ 괴담과 진실
입력일 2020-02-02 08:41:47
대부분 사실무근, 비말 묻은 손으로 눈 비비면 전염될수도 … 확진자 발생 유언비어, 대전성모병원·거제맑은샘병원에 불똥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왔다며 근거 없는 가짜뉴스를 게재한 SNS 화면

‘○○병원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으니 가급적 방문을 자제하세요’, ‘지금 ○○ 지하철역에 중국인이 쓰러져 있어요. 조심하세요’, ‘중국산 김치 먹으면 바이러스가 전염될 수 있대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창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우한 폐렴’이 확산되면서 온라인이나 유튜브를 통해 근거 없는 괴담이 쏟아지고 있다. 마치 진짜 정보인 것처럼 오해하기 쉽지만 대부분 허위로 조작되거나 사실 확인이 되지 않는 가짜뉴스다.

온라인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는 가짜뉴스는 애먼 피해자만 낳고 있다. 지난 30일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성모병원에서 발생했다’는 가짜뉴스가 온라인상에 대량 유포돼 시민들로부터 문의가 빗발치는 등 곤욕을 치렀다. 병원 관계자는 “가짜뉴스가 유포된 뒤 입원환자 가족이나 방문 예정 고객들의 전화가 하루에도 수백 건씩 걸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고 있는 괴담이나 가짜뉴스는 무엇인지, 실제 진실은 무엇인지 감염병 전문가들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미국 연구진이 우한 폐렴 사망자 6500만명 예측?

이 루머의 발단은 지난해 10월 에릭 토너 미국 존스홉킨스대 박사팀이 내놓은 연구결과였다. 토너 박사팀은 감염병의 사회·경제적인 파장과 산업계의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약 전염병이 창궐한다면’이란 가정 아래 예측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그는 ‘캡스’라는 가상의 신종 바이러스가 브라질에서 창궐했다고 쳤을 때 치사율이 10%라고 가정한다면 세계적으로 6500만 명이 목숨을 잃는다는 상황을 설정했다. 우한 폐렴은 중국에서 발생한 데다 치사율이 2% 수준이므로 이 연구가 가정한 바이러스와는 완전히 달랐다.

하지만 지난달 20일 국내에서 첫 우한 폐렴 확진 환자가 나온 직후 토너 박사의 연구는 황당한 괴담으로 변질됐다. 유튜브 등에선 연구내용 중 ‘사망자 6500만명’만 부각시킨 동영상이 수십 건씩 올라왔다. 결국 토너 박사팀은 최근 시뮬레이션 결과를 홈페이지에서 삭제해버렸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한 폐렴은 중국 정부가 관련 정보를 정확히 전달하지 않아 파급력에 비해 아직 알려진 게 많지 않다”며 “이로 인해 과학적 근거가 없는 자극적인 괴담이 더 기승을 부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중국 내 감염자 10만명 이상?

지난 31일 기준 중국 내 확진자는 총 9692명, 사망자는 213명이다. 이는 2003년 사스 환자 8098명을 넘어선 수준이다. 하지만 10만명 이상이라는 정보는 근거가 없다. 바이러스 감염이 자연치유되는 등 이유로 병원을 찾지 않는 사례가 있을 수 있지만 10만명이라는 수치는 집계되지 않았다. 치사율이 15% 이상이라는 것도 과학적 근거가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치사율과 관련된 정확한 통계는 나오지 않았다. 현재까지 사망 환자는 모두 중국에서 나왔는데, 중국 내 사망률 통계에 따르면 31일 기준 치명률은 2.2%다.

전국 곳곳에서 우한 폐렴 환자 쓰러지고 있다?

지난 31일 한 인터넷 카페에 한 남성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진과 함께 ‘건대입구에서 중국인이 쓰러졌어요. 주변 사시는 분들 조심하세요’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 글엔 ‘빨리 도망쳐라’, ‘조심해라’ 등 댓글이 달렸고 게시물은 유튜브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 하지만 사실 확인 결과 이 남성은 중국인은 맞지만 폐렴이 아닌 술에 취해 쓰러져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남성은 숙취로 인해 구토를 한 뒤 바닥에 누웠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역무원이 가족에게 연락해 귀가 조치했다.

또 온라인에선 국내 3번째 확진자인 한국인 남성 A(54)가 사람들이 밀집한 고양시 일산의 모 쇼핑몰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는 괴담이 돌았지만 역시 사실이 아니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3번째 확진자의 GPS와 카드 사용내역을 조회하고 환자 본인에게 질문한 결과 쇼핑몰은 방문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이 남성은 지난 20일 오후 7시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뒤 25일 일산의 모친 자택에서 자진신고했다. 확진 전까지 총 74명과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산 김치를 먹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렸다?

중국산 김치를 먹거나, 중국에서 택배를 받으면 감염될 수 있다는 것은 거짓뉴스다. 김치를 통한 전파 위험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감염자 비말(침방울)이 호흡기나 점막을 통해 유입돼 전파된다. 중국 현지에서 김치 제조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됐더라도 제조 및 운송 과정에 상당히 오랜 시간이 소요되므로 그 때까지 생존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감염자와 눈만 마주쳐도 감염? 각막감염 근거는

단순히 감염자 눈을 쳐다봤다고 해서 전염된다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다. 현재까지 입증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전파경로는 감염자와 2m 안에 있으면서 침방울이 호흡기로 들어간 경우다. 다만 감염자의 침방울이 묻은 손으로 눈을 비빌 경우 안구점막을 통해 바이러스가 유입될 수 있어 틈틈이 손소독제로 손을 씻어내는 게 중요하다.

남자 감염자가 많은 이유는 씻지 않아서?

최근 한 인터넷 카페에는 ‘국내 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 중 두 명을 제외하고 모두 남성인 이유는 잘 씻지 않기 때문’, ‘성매매를 하는 남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쉽게 걸린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극단적 성향의 여초 카페에선 이같은 글이 하루에도 수 십 건씩 올라오기도 했다. 하지만 모두 근거 없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국내 남성이 신종 코로나에 더 잘 걸려 확산을 유발한다고 단정할 과학적 근거는 없다”며 “확진자 중 청·장년층 남성이 많은 것은 단지 그 나이 대 남성이 사회활동을 활발히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는 성적 접촉으로 전파되지 않아 성매매와는 상관없다”며 “특정 집단에 감염 확산의 책임을 돌리거나 확진자 개인을 비난하는 행위는 확산 방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니 불필요한 갈등 유발을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화학무기구소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 정부가 비밀리에 개발 중이던 생물학무기라는 이야기도 급속도로 펴져나가고 있다. 실제로 우한에 바이러스연구소가 있어 음모론은 더 크게 확산되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음모론 중심에 선 우한 국립생물안전성연구소는 생물 안전성표준 4등급(BSL-4)에 해당하는 시설로 사람이나 동물에 중대한 병을 일으키는 에볼라바이러스나 천연두 같은 치명적인 감염병 관련 연구를 실시한다. 치료제나 변종바이러스의 위험성 등을 연구할 뿐 생물학무기와는 별다른 연관성이 없다. 중국은 1975년 유엔총회에서 발효된 생물무기금지협약(BWC) 가입국 중 하나다.

뜻밖에 인위적으로 만든 변종바이러스로 생물학 무기화에 성공한 사례는 별로 없다.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무기화하기 어려운 이유는 실제 외부로 분사했을 때 상당수가 상온에 노출되면서 바로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탄저균은 포자 형태로 투사하기 쉽고 상온에서도 쉽게 죽지 않아 테러단체 등이 종종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한 폐렴으로 병원 문을 닫았다?

또 최근 온라인엔 제주도 서귀포의료원이 우한 폐렴 발생으로 폐쇄됐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외국인과 관광객이 많은 지역이다보니 마치 사실인 것마냥 유언비어가 급속도로 퍼졌다. 하지만 역시 사실이 아니었다. 서귀포보건소에 따르면 서귀포의료원에 중국에서 학교에 다니는 13살 B군과 중국에 거주하는 미국인 2명이 방문한 것은 사실이지만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상관 없는 일반감기로 판정받았다.

경남에선 거제 맑은샘병원에 의심환자가 격리 중이라는 괴담이 나돌면서 병원 측이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내걸기도 했다. 병원 측은 입장문을 통해 “인터넷에서 ‘맑은샘병원에 중국인 아이가 격리돼 있다’, ‘병원 전 구역에서 방역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등 유언비어가 유포돼 입원치료 중인 환자와 가족들의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며 “중국인 환자나 관련 환자가 다녀간 이력은 없으며 감염병 관리는 병원의 기본 의무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과 관련 없이 매일 방역과 소독작업을 실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확진 환자 다녀간 장소만 가도 바이러스 전파될 수 있다?

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가 다녀간 곳으로 알려진 장소에 사람들의 발길이 줄고 있다. 세 번째 확진 환자가 방문한 호텔은 온라인 예약 취소율이 80%를 넘어섰고, 서울 강남 지역 성형외과에선 예약의 60%가 취소됐다. 환자가 격리된 후에도 ‘갔다가 혹시 감염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에 이들의 동선이 온라인상에 공유되고 있다.

한 대학생은 지난달 30일 ‘코로나바이러스 맵’을 직접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다. 이 지도에는 신종 코로나 환자들의 동선이 새겨져 있다. 지도 제작자에 따르면 31일 낮 한때 6000명이 동시 접속했고, 총 11만번 지도가 조회됐다. 하지만 확진자가 다녀간 장소라고 해서 감염 위험이 높은 것은 아니다. 김 교수는 “확진 환자가 다녀간 기관에 대해서는 보건소가 메르스 대응에 준해 환경소독을 실시하고 있다”며 “소독이 완료된 기관은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폐렴 접촉자 관련 정보를 모바일로 확인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란 키워드를 이용해 광고 효과를 노리는 스팸까지 기승을 부린다. 최근 한국인터넷진흥원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안내를 사칭해 홍보사이트로 유입시키는 스팸신고 260여건이 접수됐다. 예컨대 ‘우한 폐렴 접촉자 신분정보 확인하기’ 같은 문자메시지 첨부 링크를 누르면 자산관리사의 홍보채널로 이동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안내를 사칭하는 스팸문자 신고가 접수되면 즉시 이동통신사에 차단을 요청하고, 사전동의·표기 의무 등을 위반한 사업자에게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정부는 근거없는 공포감을 조성하는 가짜뉴스에 강력 대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책 종합점검회의에서 “우리가 맞서야 할 것은 바이러스만이 아니다. 과도한 불안감, 막연한 공포와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며 “가짜뉴스의 생산과 유포는 중대 범죄행위로 규정 관계 부처는 단호히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짜뉴스를 막기 위해서는 폭넓게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30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확진자 정보는 잘 공개되는데 유증상자 관련 정보는 나오지 않아 곳곳에서 괴담이 나온다”면서 “유증상자 관련 정보 공개를 검토해달라”고 제안했다.

박정환 기자 superstar@healt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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