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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수술 패러다임 바꾸는 TAVI 고수
입력일 2020-01-29 07:06:12
채인호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수술 고위험군 외 중간위험군서도 효과·안전성 입증”

채인호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내시경을 이용한 경피적대동맥판막치환술, 이른바 타비(Transcatheter Aortic Valve Implantation, TAVI)는 심장수술의 패러다임을 수술에서 시술로 바꿔 나가고 있습니다. 향후 10년 안에 대동맥판막협착증에 대한 표준치료법이 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국내에선 비싼 수술비와 중재시술 전문 의사의 부족으로 적잖은 환자가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죠.”

TAVI 시술은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에게 실시하는 내과적 심혈관중재시술의 하나로 기존 개흉수술과 달리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 카테터를 동맥에 넣고 심장까지 이르게 한 뒤 인공판막을 부착한 스텐트를 넣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수술이 아예 불가능하거나 고령인 환자에게 적용하면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낮고 회복이 빨라 흉부절개술의 대안으로 꼽힌다. 막힌 혈관을 스텐트로 뚫어 협심증과 심근경색을 치료하는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ercutaneous coronary intervention, PCI)과 함께 심장 분야 내과 중재시술의 중추를 이룬다. 하지만 3000만~3500만원에 이르는 치료비 중 80%를 환자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상당수다.

TAVI 비용 80% 환자 부담, 시술 포기자 속출

지난 10일 대한심혈관중재학회 이사장으로 취임한 채인호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2017년 심혈관중재시술에 사용하는 기존 스텐트의 대체품인 백금스텐트의 효과와 안전성을 세계 최초로 검증했다. 이와 함께 대동맥판막을 대신할 인공판막을 꿰매지 않고 대동맥혈관 내부에 바로 고정시켜 수술 시간을 줄인 무봉합 대동맥판막치환술을 선도적으로 시행한 중재시술 분야 권위자다. 특히 TAVI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2010년대 초반부터 환자의 경제적 부담 감소를 위한 건강보험 확대 적용과 진료수가 인상을 강력히 요구해왔다.

채 교수는 “심근경색, 심부전 등 심장질환 위험을 높이는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신속히 치료하는 TAVI의 급여 확대 및 진료수가 인상은 국민의 기본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필수요건”이라며 “국내 의료진의 TAVI 술기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지만 그에 맞는 보상과 제도적 지원이 부족하다보니 시술을 집도할 의사와 환자 수요가 줄어 다른 국가들에게 추월당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심장수술 원인 40% 판막이상

TAVI의 술기는 인구고령화로 심장질환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자연스럽게 발전했다. 심장은 수축과 이완운동을 하루에 10만번씩 반복하면서 7000ℓ의 혈액을 순환시켜 생명을 유지한다. 각각 두 개의 심방과 심실로 구획돼 있다. 심장 안에서 혈액이 정해진 길을 따라 흐르도록 심실과 심방 사이에서 문지기 역할을 하는 조직이 심장판막이다.

심장판막이 노화되면 칼슘이 쌓이면서 석회화가 진행돼 혈액을 뿜어낼 때 판막이 제대로 열리지 않게 된다. 이럴 경우 혈액이 제대로 흘러나가지 않거나 역류해 심장에 과부하가 걸리기 쉽다. 보통 성인 심장수술 10건 중 4건이 판막이상 때문에 이뤄진다.

60세 이상 8% 대동맥판막협착증 앓아

판막 중 가장 자주 고장나는 것은 혈액이 온몸으로 뿜어져 나가는 출구에 있는 대동맥판막이다. 이 조직은 심장에서 신체 전체로 혈관이 나가는 최종 관문이다. 이 부위가 협착돼 전신 혈류에 지장이 생기는 질환을 대동맥판막협착증이라고 한다.

이 질환은 염증과 노화로 인한 칼슘 침착으로 대동맥판막이 두꺼워지고 딱딱해지면서 판막기능이 상실돼 호흡곤란·흉통·실신 등이 동반된다. 판막에 이상이 생기면 혈류에 문제가 생겨 좌심실 내부 압력이 높아지고, 결국 좌심실 직경이 커진 상태로 굳어버린다. 이럴 경우 좌심실의 혈액 분출 능력이 떨어지면서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가슴 주변이 아파온다. 고령일수록 대동맥판막협착증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최근 인구고령화로 유병률이 상승해 60세 이상 인구의 약 8%가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채 교수는 “숨이 차고 가슴이 아픈 증상을 단순 노화 현상으로 여겨 참다가 뒤늦게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진단받는 고령환자가 많다”며 “70세 이상이면서 평소 숨이 많이 차고 가슴까지 아프면 가볍게 여기지 말고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심장 부위에 청진기를 댔을 때 ‘쉬익’하는 바람 새는 소리, 즉 판막잡음이 천둥치듯 크게 들리면 대동맥판막협착증일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TAVI 1~2시간이면 끝, 3일 내에 정상생활

이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려면 손상된 판막 대신 인공판막을 넣어야 한다. 가슴을 여는 기존 개흉수술은 피부를 10~15cm 절개해 출혈, 통증, 부작용이 심하고 노인이나 장기기능이 떨어진 환자에겐 적용하기 힘들었다.

2002년 프랑스 의료진이 처음 선보인 TAVI는 대동맥판막협착증에 의해 기능을 상실한 대동맥판막을 인공판막으로 교체하는 것으로 심장수술 중 가장 난이도가 높다. 풍선이 달린 카테터를 대퇴부(허벅지) 동맥을 따라 심장판막까지 삽입한 뒤 풍선을 부풀려 판막 입구를 벌리고 판막을 대체할 인공스텐트판막을 고정시킨다. 이러면 판막 입구가 두배 이상 넓어져 호흡곤란과 흉통이 개선되고 심부전을 예방할 수 있다.

채 교수는 “1~2시간이면 시술이 끝나고 3~4일 내에 정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며 “대동맥판막협착 환자 중 심부전·신부전 등으로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고령인 환자에게 적용하며 국내 성공률은 95%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시술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하는 논문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심장수술 고위험군 외에 중간 위험군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는 가이드라인이 나와 적용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술 고위험군 외 증간위험군으로 대상 확대

2017년 미국심장협회·심장학회(AHA·ACC)는 TAVI를 고위험군 외에 수술 중간 위험군에게도 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한 ‘판막성 심혈관 관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2014년 수술이 불가능한 초고위험군 또는 고위험군에게만 적용 가능하다는 권고안을 3년 만에 개정한 셈이다.

AHA·ACC는 개정 근거로 2016년 발표된 PARTNERⅡ 연구를 제시했다. 이 연구에서 미국흉부외과학회(STS)가 수술 중간 위험군인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에게 TAVI 또는 수술적 대동맥판막삽입(SAVR)를 시행하고 2년 예후를 비교한 결과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과 뇌졸중 발생률은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안전성 문제 여전, 인공판막 수명 15년 제한

하지만 과도하게 비싼 수술비가 환자들의 발목을 잡는다. TAVI 시술비는 최대 3500만원 정도로 20%만 보험이 적용되며 나머지 80%는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또 끼워넣은 인공판막 구조물이 완벽하게 펴지지 않아 틈이 생기거나, 인공판막이 손상돼 혈전이 생기거나, 인공판막에 칼슘이 축적되면 대동맥판막협착증이 재발할 수 있어 안전성이 100% 검증된 것은 아니다.

인공판막의 수명이 10~15년에 그쳐 70세 이전에 시술받으면 재수술이 필요한 것도 단점이다. 이로 인해 세계 의학계는 TAVI 시술 대상을 75세 이상 판막질환자로 한정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수가 전체 40만원 불과, 미국은 의료진 한명당 200만원

중재술을 집도할 의사가 갈수록 줄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수술 난이도에 비해 너무 낮게 책정된 수가와 응급수술을 위해 상시 대기하는 ‘온콜’ 대기에 대한 보상 부재가 원인이다. 채 교수는 “TAVI는 고난도 시술이라 심장내과·흉부외과·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와 전문간호사 등 6~7명의 의료진이 참여해야 하는데 여기에 책정된 수가는 전체 40만원에 불과해 애로사항이 많다”며 “반면 미국은 시술에 참여한 의료진 각 한명당 1500달러(200만원)의 수가가 지급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응급환자 발생시 20분 내에 시술에 들어가려면 담당 의료진과 간호사는 만사를 제쳐두고 온콜(비상대기) 상태에 있어야 하는데 여기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전무하다보니 아무도 시술에 참여하길 원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상당수 환자가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시술을 포기하고 있다며 건강보험 확대 적용도 요구했다. 채 교수는 “TAVI시술의 주요 대상은 65세 이상 고령층인데 약 2800만원(3500만원의 80%)에 이르는 시술비를 감당하기 쉽지 않다”며 “적어도 수술이 어려운 고위험군 환자에 한해 의료진 판단에 따라 시술비의 80% 정도는 보험 혜택을 적용해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채인호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프로필

1988년 서울대 의대 의학사
1992년 서울대 의대 의학석사
1997년 서울대 의대 의학박사

1995~1997년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전임의
1998~2001년 서울대 의대 내과 조교수
2002~2016년 서울대 의대 내과 부교수
2003~2016년 분당서울대병원 내과 부교수
2014년~현재 분당서울대병원 심장혈관센터장
2019년~현재 분당서울대병원 범혈관시술센터장

박정환 기자 superstar@healt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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