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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하는 국내외 탈모치료 기술 … 상용화는 언제쯤?
입력일 2020-01-21 01:18:11
영국서 모낭 뱅킹사업 승인, 냉동했다가 필요하면 이식 … 국내선 연발형 식모기·모유두세포 배양법 등 개발

김문규 경북대병원 면역학 교수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진이 개발한 연발형 모발이식기를 수술에 활용하고 있다. (사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제공)

탈모 인구가 1000만명 시대를 돌파하고 중장년층의 문제로 여겨졌던 탈모가 발현되는 연령대도 20~30대까지 내려오면서 치료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유전적 요인 외에 스트레스, 불규칙한 생활습관 등 환경적 요인으로 탈모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성장이 멈추는 증상을 경험하게 된다. 이를 늦춰보기 위해 두피 마사지를 받거나 탈모방지 샴푸 사용, 먹는 약 복용 등 여러가지 방법을 시도해보지만 좀처럼 효과적인 방법은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일본에서는 탈모 인구의 증가로 일본 언론에선 ‘인터넷 모발 거래’ 확산 현상을 보도했다. 한 인터넷 경매사이트에서 머리카락 판매가 성행하고 있으며 길고 아름다운 모발일수록 입찰 건수와 금액이 높게 거래된다. 모발 성질과 특징 등에 따라 모발 한가닥에 수천~수만엔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붙임머리에 쓰거나 의료용 가발(항암환자용 등)을 제작하기 위한 용도로 모발이 거래되고 있다.

흔히 이야기 하는 탈모약은 이미 다양한 제품이 출시됐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얻은 의약품도 있지만 머리를 다시 자라게 해주는 발모제 수준은 아니다. 진행을 늦추거나 멈추게 해주는 억제제 정도에 그치는 정도다.

지난해 8월 이를 대체할 새로운 치료기술이 개발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영국 맨체스터에 있는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파조모발연구소(Farjo Hair Institute)는 정자·난자나 줄기세포를 냉동 보관해 필요 시 활용하는 것처럼 머리카락을 생산하는 모낭을 냉동 보관했다가 탈모가 생겼을 때 이식하는 세포뱅크를 영국 HTA(Human Tissue Authority)로부터 승인받았다. 이에 대해 많은 기대가 모아지고 있지만 일각에선 비용 대비 효과성이 떨어질 것이라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보관한 모낭으로 치료한 환자 사례는 내년에야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업의 의료책임자(Medical director)는 세계모발이식학회 회장을 역임한 모발 분야의 석학 베삼 파조(Bessam Farjo) 박사다. 파조 박사는 건강한 성인의 모낭을 100개씩을 채취해 이를 0도로 유지되는 시설에서 보존하다가 영하 180도로 급냉시켜 모낭 주인이 필요할 때 이식수술을 받기 직전까지 보관할 계획이다. 모낭 생착률을 높이려면 모낭 채취 초반에 0도로 저온 보존해야 한다.

모낭세포에서 나오는 열이 용기로 빠져나가면 일정 온도를 유지하기 어려워 모낭을 채취 직후부터 0도로 저온 보존하는 게 이 기술의 핵심 포인트다. 물론 이식 전에도 최적의 상태로 보존하는 게 중요하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파조 박사가 사업을 시작했지만 동결과정의 성공 여부가 알려진 바 없기 때문에 첫 치료 사례가 나오는 내년 이후까지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치료는 가늘어진 머리카락을 굵게 회복해줄 뿐만 아니라 모낭을 이식했을 때 발모 작용을 활성화한다. 탈모 보험처럼 미리 보험료를 납부하고 모발을 보관하는 게 파조 박사의 사업모델이다. 그는 “탈모 가족력이 있다면 대머리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탈모가 생겼을 때를 대비해 자신의 모낭을 냉동 보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모낭 냉동 보존 신청대상은 18세 이상 영국인으로 등록 비용은 3000~7000파운드(약 540만~1260만원), 연간 냉동 보관료는 100파운드(약 18만원) 정도다. 국내 탈모 인구가 1000만명인 점을 감안해 모든 사람이 이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가정하면 이용료만 최소 54조원에 이르고 연간 보관료만 1조8000억원을 벌어들일 수 있는 대규모 사업이다.

국내에서도 탈모 치료를 위한 신기술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지난해 12월 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 오대금속과 공동연구로 수술시간을 30~50% 이상 단축시킬 수 있는 연발형 모발이식기(식모기)를 연구 끝에 완성시켰다.

모발이식은 식모기를 이용해 뒷머리에서 채취한 모낭을 탈모 부위에 삽입하는 수술법이다. 이 수술법은 이식 속도가 빠르고 모낭 손상이 적으면서도 모발 생착율이 높아 국내외에서 많이 활용된다.

기존 모발이식기는 모낭을 하나씩 장착해 이식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했다. 남성 탈모 환자 수술 1회당 3000개 정도의 모낭을 삽입해야 해 수천 회 모낭을 이식하다보면 수술시간이 길어지고 시술자의 근골격계 질환을 초래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연발형 모발이식기는 사용법은 동일하지만 수술시간을 단축해 환자와 의사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연구진이 개발한 연발형 모발이식기에는 바늘 10개가 장착돼 있다. 모낭 한 개를 이식할 때마다 리볼버 권총처럼 카트리지가 자동으로 회전하며 한 번에 모낭 10개를 연달아 심을 수 있다. 두피 상태와 모낭의 크기를 고려해 바늘 깊이와 봉 이동 거리 등도 조정할 수 있다.

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는 이 기술을 활용해 8차에 걸친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이 식모기를 지난해 11월 태국에서 열린 국제모발이식학회에서 공개했다. 전자통신연구원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장비를 개발한 오대금속은 GMP, 식약처 의료기기 제조인증, 미국 식품의약국(FDA) 의료기기 등록을 마쳐 시판을 목전에 두고 있다.

식모기는 기존 방식과 같이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수동 방식으로 바늘을 공급해 의사가 쉽게 적응하도록 제작됐다. 바늘 개수를 늘려 더 많은 개수를 이식할 수 있지만 시술 과정에서 회복 시간 등을 고려해 최적 시점에 식모기를 교체하도록 10개로 바늘 개수를 설정했다. 모낭이 외부에 노출되는 시간이 짧아질수록 수술 성공률은 높아지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식모기 장비 비용을 낮추고 식모 과정을 전자동화하는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김문규 경북대 의대 면역학 교수는 “새 식모기를 사용한 결과 평균 2~3시간 이상 걸리던 수술을 1시간 반 수준으로 줄였다”며 “모낭이 체외에서 노출되는 시간을 최소화해 생착률을 높이고 의사와 환자의 부담도 줄었다”이라고 말했다.

모발이식술이 가장 효과적인 중증 탈모 치료법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시술 비용이 비싸고 사후관리를 잘못하면 부작용을 겪을 수 있어 치료를 부담스러워 하기도 한다. 이에 처음부터 대량의 모유두세포(모발 생성 세포)를 생산해 두피에 이식하는 방법이 모색되고 있다.

성종혁 연세대 약대 교수 연구팀은 피부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영국피부학회지(British Journal of Dermatology)’ 지난해 2월호에 모유두세포 대량 배양방법을 소개했다.

모유두세포는 모발의 뿌리를 구성하는 핵심 세포로 모발 개수와 굵기 등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친다. 이전까지 모유두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제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었지만 임상에 적용하기 위한 충분한 양의 세포를 배양하기 어렵고, 많이 배양하면 모발 재생능력이 현저히 저하되는 등 난관에 봉착했다.

이에 성종혁 교수는 산소 농도가 2% 가량인 저산소 조건에서 모유두세포를 배양하면 세포노화를 예방하고 세포증식을 2배 정도 향상시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도출했다. 연구팀은 이런 조건에서 배양한 모유두세포를 두피에 이식할 때 모유두세포의 생존력이 높아지고 모낭 가장자리(외측 모근초) 세포가 증가하는 등 발모 촉진 효과가 나타남을 확인했다. 저산소 조건에서 활성산소가 신호전달물질로 작용해 모유두세포의 증식과 성장인자의 발현을 촉진하고 모발 성장을 유도한 것으로 분석됐다.

성 교수는 “모낭 5개 정도에서 모유두세포 1000만개를 배양해 이식할 수 있다”며 “현재 시행되는 자가 모발이식술은 뒷머리 모낭을 떼서 탈모 부위에 이식하는데 채취할 수 있는 모낭 수가 최대 5000개 정도에 불과해 효과가 제한적이었지만 모유두세포를 배양하면 적은 양만 필요하기 때문에 상처가 크지 않고 이식을 여러 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식약처 허가를 받아 연내에 탈모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상용화까지는 4~5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외 신기술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는 가운데 개발자들이 주장하는 내용엔 공통점이 있다. 탈모 치료는 빠를수록 좋고 일상 속 사소한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탈모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균형잡힌 영양섭취, 청결한 두피관리, 스트레스 관리 등이 그런 금과옥조로 통한다.

손세준 기자 smileson@healt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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